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502)

지족재 2022. 9. 5. 01:13

늙어 가다 (502)

 

2022년 9월 5일 새벽 0시 35분이 다 되었다. 비는 오지 않는다. 바람도 불지 않는다. 잠시 소강상태인지도 모르겠다. 폭풍 전의 고요라고 하더니 그것인가? 뉴스에서는 힌남노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역대 최강의 슈퍼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남해안 통영에 상륙한다고 하는 것 같다. 대한 해협으로 그냥 빠져나가면 좋으련만. 비는 곧 다시 내릴 것이다. 하필이면 월요일이라 출근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태풍이 상륙하는 내일은 출근 시간을 조정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차가 몰릴 텐데 오늘도 출근 시간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

 

요즘에는 재택근무도 많아 있는 것 같다. 좋은 제도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연구소에 다닐 때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온 날이 있었다. 전날부터 쏟아진 비로 도로에 물이 넘쳐났다. 배수구로 물이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역류할 정도였다. 내가 살던 집은 경사진 곳에 있어서 침수는 되지 않았다. 비탈길로는 빗물이 개천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화곡동에서 우면동까지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출근 버스가 오지 않았다. 원래 7시 정도면 와야 할 출근 버스가 오지 않았다. 이곳저곳의 도로가 침수되어서 못 온 것 같았다. 출근버스가 없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대기하다 보면 연구소에서 연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늦게 출근하라던가 아니면 출근하지 말라던가. 그런데 10시가 다 되도록 연구소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 그러니 출근은 해야 했다. 출근하지 말라는 전화를 기다렸지만 그런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비상 연락망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 연락망이 있고, 그것을 통해 내게까지 연락이 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없으니 출근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구소 당직실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교환수가 있어 전화를 연결해 주던 시대였는데, 교환수도 출근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망설이다가 10시쯤 집을 나섰다. 늦었지만 그래도 출근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출근하면 비 때문에 늦은 것이니 지각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늦었지만 성실히 출근했다는 것을 보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출근부에 사인을 해야 출근이 인정되니 출근해야 했다. 불편하게 있다가 결국은 다시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탔다. 지금 가면 오후 1시쯤이면 도착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강서구청이 있는 사거리에서 버스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했다. 1시간 정도 그대로 차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한두 명씩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도 내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에 그대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폭우 속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연구소에 전화했다. 다행히 받는 사람이 있었다. 출근을 하라마라 하는 말은 없었고, 출근 못 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출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길이 막혀서 도저히 갈 수 없다고. 

 

결근 처리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연락을 했으니 무단결근은 아니다. 오후 시간은 그냥 마음 편히 집에서 지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아닌가? 다음 날 출근했더니 전날 출근하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었다. 나처럼 출근을 시도하다가 그만둔 사람들도 있었고, 아예 이럴 줄 알고 집에 그냥 있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연구소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만 출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오후가 되어서는 모두 퇴근했다고 한다. 아무튼 전날의 결근은 결근이 아닌 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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