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99)
2022년 9월 2일 새벽 0시 45분이다. 태풍이 오는가 보다. 대만 쪽으로 가다가 진로를 확 바꾸어 한국 쪽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이름이 '힌남노'라고 한다. 라오스의 국립공원 이름이라고 한다. 이 태풍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슈퍼 태풍이라고 한다. 대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크다. 뉴스에서 힌남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오키나와 모습을 보았다. 사탕수수밭이 엉망이 되었다. 사람도 날려 갈 수 있고 건물도 무너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태풍의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한 해협을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예보가 있다. 아무쪼록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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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야당 대표를 소환한다고 한다. 야당에서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정부가 정치 보복하기 위해 검찰을 동원해서 야당의 대표를 소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소환할 만한 정황이 있으니까 소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야당에서는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소환에 응해서 빨리 혐의를 털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야당 대표를 둘러싸고 워낙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결백하다면 이참에 아예 털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활극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야당의 전투 진용이 나름 막강하지 않은가? 강성의 당대표에 강성의 최고위원이 전투를 이끌 것이다. 그에 비해 정부와 여당의 전투 진용은 보잘 것이 없다. 여당은 유고가 생긴 상태이다. 정부는 법무 장관 이외의 장수가 없다. 그러니 야당에서는 법무 장관만 쳐내면 만사형통이 아니겠는가? 당대표를 소환한다고 겁먹을 야당도 아니다. 소환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 활극에 권선징악이 들어맞는다고 해도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일까? 나라 전체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으니 말하기도 어렵다. <OK 목장의 결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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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의 후반기에는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는 과학실 2층에 앉아서 그 원수 같은 책을 보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던 것 같다. 그 책의 내용을 논문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이리저리 궁리해 가면서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취사선택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아무리 유명한 책에도 오탈자는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오탈자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유명한 책에 틀린 글자나 빠진 글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단어씩 신경 써서 보게 되자 오탈자가 줄줄이 걸려들었다. 정말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인터넷 영어 사전이 잘되어 있어서 단어의 뜻을 찾아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지만, 그때는 영어 사전을 들쳐가며 확인해야 했다. 한눈에 오탈자로 의심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단어일지도 모르니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별로 나누어 열심히 보았던 것을 버리기 아까워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그 뒤로 어떤 책을 보아도 오탈자 없는 책이 없었다. 언젠가 W 선생님의 유명한 초창기 저서에서 무수히 많은 오탈자를 찾았다. 그것을 모두 체크해서 갖다 드린 적이 있다. W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셨다.
대학으로 옮긴 후에 이런저런 글도 많이 썼고 책도 몇 권 출판했다. 그런데 그 글과 책에도 무수히 많은 오탈자가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글이나 책에서 보이는 오탈자를 탓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아니 왜 그 글이나 책을 쓸 때는 그런 실수가 안 보였을까? 몇 번이나 점검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귀신이 곡할 일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오탈자가 확인될 때마다 변명을 한다. "Piaget 책에도, W 선생님 책에도 오탈자가 있는데 뭘" 글을 쓸 때마다 오탈자에 신경을 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도 오탈자는 여전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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