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500)
2022년 9월 3일 새벽 1시 45분이 다 되었다. Daum에서 티스토리로 옮겨가라고 해서 결국은 옮겼다. 안 옮기고 버틸 수도 없어서 어제 이전했다. 잘 이전된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약간은 불편하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또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다. 나이가 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사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익숙한 대로 살고 싶다. 그러다 보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하라고 하면 힘든 것도 있지만 일단 귀찮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에 가입했더니 툭하면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한다.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비밀 번호를 관리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고, 그냥 로그인 상태로 계속 두어도 된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계속 로그인 상태로 두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그동안 어느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가입 정보를 없앤다고 하는 곳도 있기는 있다. 내가 회원 등록한 사이트를 한꺼번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그래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바로 탈퇴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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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살다 보니 이런저런 험한 말들을 알아듣을 수 있어서 피곤할 때가 많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그 주변에서 얼쩡대는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알아들을 수 있어서 피곤하다. 욕설 대신 XX라고 표기한 사회면의 더러운 기사들 때문에 피곤하다. 욕설이 일반화된 것을 보는 것이 힘들다. 왜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애어른 할 것 없이 욕을 달고 사는 것 같다. 미디어 탓일까? 한국 영화를 안 보는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욕설이 귀에 들린다. 안 들은 것처럼 할 수도 없다. 어느 나라든 욕설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못 알아들으면 좀 마음이 편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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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내다 보면 영어를 못해서 편할 때가 제법 있다. 미국이라고 이런저런 험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한국어처럼 다 알아듣는다면 감정도 상하고 싸움도 날 수 있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니 그럴 일이 없다. 사실 미국 사람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할 일도 별로 없었다. 미국에서 지낸다고 해도 가는 곳이 정해져 있었다. 미국 대학에 visiting scholar로 1년 동안 있어도 미국인들보다는 한국인들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한국인 선생과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다. 극히 official 한 상황이 아니면 미국 선생들과 만날 일도 이야기할 일도 없다.
미국에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만 거의 루틴 한 일정을 따르기 때문에 영어 못해서 힘들 것도 없다. Drive-thru에서도 커피를 주문할 때 딱 한 가지 정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만 반복해서 말하면 된다. "커피 프라푸치노 벤티, Two"가 내가 하는 말의 전부이다. 그리고 카드로 결제하면 끝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오리건 주에는 셀프 주유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할 말이 별로 없다. "Card"와 "Fill up please"로 끝난다. 문법에 안 맞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해서 의사소통이 안 된 적은 없다. 차를 많이 타야 하니 항상 가득 채워야 한다.
다른 주로 넘어가면 셀프 주유소가 많으니 아예 말을 안 해도 된다. 마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고 싶은 것 다 담고 계산만 하면 된다. 계산하는 사람이 가끔씩 말을 걸지만 대개는 인사성 멘트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Fine", "Thank you", "You too"만으로 거의 끝낼 수 있다. 계산이 틀린 것 같은 비상 상황이 생겨도 "I think." "Something wrong" 정도면 해결되는 수가 있다. 햄버거 가게도 가끔 들렸는데, number만 기억하면 된다. "Number 7, Two "로 끝이다. fish burger였던가? 컵 받아서 콜라 채우고 번호 부르면 찾아서 들고 나오면 된다.
미국에 지내다 보면 이상한 사람을 보기도 한다. 인종 차별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총기 사고도 자주 나고. 포틀랜드 시내를 다니다 보면 노숙자도 많이 볼 수 있다. 대마초 가게도 볼 수 있고. 미국에서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을 한발 떨어져서 보게 된다. 사람 많은 대도시에 가는 것도 아니고 주로 한적한 촌 동네만 돌아다녔다. 차도 거의 안 보이는 시골길을 다니며 관광객처럼 지내다가 오다 보니 아무래도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영어 안 해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돈 낸 만큼의 서비스도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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