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492)

지족재 2022. 8. 26. 01:26

늙어 가다 (492)

 

2022년 8월 26일 새벽 0시 30분이 지났다. 기온이 좀 내려간 것 같기도 하다. 처서가 지나더니. 이제 가을이 오려는가. 그전에 다 읽지 못한 전공 책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있다. 내용도 다 모른 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 미안해서 언젠가는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책이라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한 문단 해석하는 것도 힘들다. 은퇴했으니 안 봐도 되련만. 아무래도 다 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거론한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들은 과연 이 책을 다 읽어 봤는지 모르겠다. 내게만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전에는 부분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 보았다. 전체를 다 읽어 본 적은 없다. 그러다가 전체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했으니 이제 그 책을 안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고, 다 읽는다고 대단할 것도 없는데 괜히 꺼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시간도 있고 해서 다시 꺼내 들기는 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읽다가는 수년이 걸릴 것 같다. 아무래도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어제는 몇 줄 보다가 말았다. 뭔가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썼을 텐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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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 나이를 갓 지난 아이가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려 구속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촉법이라고 믿고 그런 모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사고를 친 적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촉법 나이를 내려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정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촉법만 믿고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자주 있다. 촉법이라고 그냥 훈방하다 보니 간만 부어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법령을 보완해서 흉악 범죄를 일삼는 아이들은 촉법 나이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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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일이다. 계룡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산행을 한 적이 있다. 1983년 아니면 1984년 여름방학이 아니었을까? 기록이 없어져서 정확한 연도를 모르겠다. 하지만 같이 갔던 일행은 기억이 난다. 이름까지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과 소식이 끊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다들 잘 사는지 모르겠다. 그들도 이미 다 은퇴했을 나이가 되었다. 당시에 계룡사 입구는 내가 기대했던 절 분위기와 딴판이었다. 절 앞의 무수한 관광 시절은 고즈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절 안으로 들어가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적어도 그 입구는 그렇지 않았다.

 

계룡사의 앞의 관광 시설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지 계룡사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룡사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갑사에 도착할 수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길이다. 한 여름이라 덥기는 했지만. 계룡사에서 가졌던 심란한 마음이 갑사에 와서 안정되었다. 갑사의 분위기는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산 중의 절이라면 모름지기 그런 고즈넉함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갑사도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절이기는 했지만 관광객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관광 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서른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제대하고 나서 학교에 남기로 마음먹은 그 시절에는 방학 때마다 그렇게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은퇴 전까지 37년 정도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는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를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다. 사실 그럴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계룡사도 갑사도 안 가본 지 오래되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새 직장인 연구소에서 대전에 갈 일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일정만 마치고 바쁘게 돌아와야 했다. 계룡사나 갑사까지 가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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