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89)
2022년 8월 23일 새벽 0시 25분이 지났다. 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있다. 여전히 덥다. 어제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과 야당 법사위 의원들과의 충돌이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웃긴다고 해야 하나. 세월이 좀 지나서 드라마 작가들은 이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까? 20년쯤 지나면 요즘의 정국을 다룬 정치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한 없이 궁금하다. 그런데 그때도 야당 성향 작가와 여당 성향 작가에 따라 같은 사람의 캐릭터를 다르게 그릴지 모르겠다. 지금은 진영 논리가 극심한데 세월이 지나면 좀 무디어질까? 글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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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도 새로운 자리에 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부럽지 않다. 우선 내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45년이나 우려먹었으니 더 짜내도 나올 것이 없다. 그러니 내가 갖지 못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쉴 때가 되었는데도 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부럽지 않다. 나는 아무 때나 쉬고 싶을 때 쉬고 싶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싶다. 더 이상 어디에도 매이기 싫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부럽지 않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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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inflation reduction act로 한국산 자동차가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WTO에 제소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런다고 미국이 꿈쩍이나 할까? 미국이 자국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USA first를 지향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현대차도 기아차도 미국 공장을 증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차를 팔려면 중국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고 서둘러 미국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 생산해 봐야 높은 가격 장벽으로 미국 수출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다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공장도 점점 쪼그라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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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에 복직을 했지만 여전히 본업에는 충실하지 못한 채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 바빴다. 미혼 선생들끼리 모이는 모임도 만들었다. 가끔씩 술도 한잔 하면서 교육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학교를 옮겼지만 한동안 그 모임에 계속 나갔던 것 같다. 1983년 10월쯤에 직장을 옮겼다. 제대하고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이다. 대학로에 있는 여중으로 옮겼다. 그 조그만 학교에 고등학교 선배도 많았고, 대학 선배도 많았다. 첫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대학 2년 선배 김 아무개 선생이 연착륙에 도움을 주었다. 그때쯤 휘경동에 방 한 칸을 얻어 다시 자취를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 주당 5시간 정도 줄면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소극장들이 있었다. 더러 연극도 보았다. <신의 아그네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근처에 카페도 많았다. 난다랑과 하이델베르크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실내 금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하이델베르크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던 것 같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는 맞지 않는 카페였다. 이름이 그럴듯해서 선배들 따라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메리카노라는 것도 없었고 카푸치노라는 것도 없었다. 그냥 커피였다.
길 건너에는 한옥집이 좀 있었는데, 그중에 내가 가끔 혼밥 하던 백반집이 한 곳 있었다. 동네 구경하다가 우연히 찾은 곳이었다. 가정식 백반을 내주는 곳이다. 겉으로 보면 그냥 일반 가정집이다.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밥을 내온다. 당시에 1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소박한 백반이었지만 정결한 차림이었다. 특별히 다른 주문을 하지 않으면 백반이 나온다. 김치찌개에 소주도 마실 수 있는 집이기는 했지만 그 집에서는 그냥 밥만 먹었다. 혼밥은 했지만 혼술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동네가 다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아파트촌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직장 근처에 칵테일 파는 곳도 있었다. 칵테일만 전문적으로 파는 칵테일 바라고 할 수는 없었고, 그냥 커피도 팔고 칵테일도 팔고 경양식도 파는 그런 곳이었다. 대학로 주변이라 실내 장식도 제법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선배들 따라 몇 번 들어가 봤다. 그때 칵테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신기한 이름을 가진 칵테일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시절에 몇 번 칵테일을 접해 봐서 지금도 칵테일 이름 몇 개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와 칵테일의 만남은 그때뿐이었다. 그곳을 그만둔 뒤로는 칵테일을 마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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