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88)
2022년 8월 22일 새벽 1시가 되었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스트레칭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게을러서 그마저도 잘 못하고 있다. 몇 번 하다가 그만둔다. 스트레칭을 잘 안 해서 그런가. 여기저기 몸이 뻑뻑하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럴 나이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 사장처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냥 핑계만 늘어나고 있다. 날도 무덥고,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나가봐야 한적한 곳도 없고,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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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6월에 제대하고 바로 복직했다. 한두 달 놀다가 복직하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친구들이 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판에 그렇게 긴 기간을 혼자서 놀 수도 없었다. 제대 다음 날 행정실에 가서 복직한다고 신고했다. 월요일부터 근무했던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에 사람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은 다른 학교로 다 옮겨가고 없었다. 마치 처음으로 발령을 받은 것 같았다. 여전히 본업에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새로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지냈다. 시간 나는 대로 놀러 다니기도 했고.
등산에 조예가 깊은 분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만 나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 아무개 선생이라고. 나보다 두세 살 정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수부대 출신이었는데 군대 시절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곤 했다. 1983년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이다. 고 선생 주도로 양수리에 있던 운길산 자락에서 5명이 1박 2일의 캠핑을 한 적이 있었다. 운길산은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토요일 낮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돌아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토요일에는 오전 근무를 해야 했다. 모든 계획과 장비도 고 선생이 담당했다. 강이 보이는 곳에서 캠핑을 했다. 근처에 물이 나오는 곳도 있었다.
고 선생은 이전에 그곳에서 여러 번 캠핑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날이 완전히 저물자 고 선생이 예고한 대로 밤하늘이 환상적이었다.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운길산 자락에서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어디를 가야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양수리도 엄청나게 변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완전 시골 동네나 다름이 없었다. 40년 전이다. 당시 캠핑을 했던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 남아 있지도 않을 것 같다. 아파트 아니면 전원주택이 점령했을 것이다.
운길산에는 수종사라는 절이 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다음 날 고 선생의 안내를 받아 수종사를 구경했었다. 캠핑을 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꽤 오래된 절이고 이름도 제법 알려져 있지만, 큰 절은 아니었다. 산중에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절이었다. 찾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수종사에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말을 들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양수리 풍경이 참 대단했다. 그 후로 수종사에 다시 간 적은 없다. 듣자니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의 수종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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