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38) - 2
2024년 7월 15일 아침 8시 10분이 다 되었다. 어제도 더웠고 습했다. 습기로 사방이 끈적끈적하기만 하다. 이런 날은 불쾌지수가 높다고 하던데. 오늘은 초복이라고 하는 것 같다. 초복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뭘 챙겨 먹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면서 복날이라고 유난을 떨어 본 적도 없다. 그냥 그런 날이 있나 보다 하고 살아왔다. 요즘도 보신탕 파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보신탕을 먹지 않지만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서 요즘은 보신탕 먹는 사람을 미개한 악한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장어도 좋은 식품이라고 하지만, 나는 장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안 먹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과 다 같이 먹어야 한다면 내 돈 내고 싫은 내색하지 않고 같이 먹을 수는 있다. 굳이 먹기 싫다고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러고 보니 삼겹살도 안 먹는다. 대학에 있을 때 학생들 MT에 가면 이 팀이고 저 팀이고 온통 삼겹살을 굽는다. 마지못해 몇 점 먹지만 정말 먹기 싫다. 사람들이 삼겹살을 좋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비계의 식감이 너무 싫다. 그러고 보니 추어탕도 민물 매운탕도 거의 안 먹는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음식도 많은데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굳이 먹을 이유는 없다.
삼계탕은? 먹는다. 여럿이 보신탕을 먹으러 가면 나는 삼계탕을 시킨다. 보신탕 집에서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만약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삼계탕 대신 당연히 그것을 시킬 것이다. 오리탕이니 오리 불고기니 다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치킨은? 잘 먹는다. 하지만 요새는 콜레스테롤 때문에 못 먹는다. 순대도 순댓국도 곱창도 좋아하지 않는다. 왜? 모양이 나빠서? 그럴 리가. 그럼 왜? 모르겠다. 그냥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만 먹어봤을 것이다. 짬뽕? 싫다. 매워서. 당연히 짜장면을 시킨다. 탕수육? 그냥 그냥 먹는다. 돈가스도 그냥 먹는다. 돼지고기라도 비계는 없으니까.
무슨 기준이 있어서 그런가? 아니다. 어떤 것은 식감이 싫고 어떤 것은 그냥 싫고. 그럭저럭 먹는 것도 있다. 딱히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좋아하는 음식은? 많다. 아주 많다. 복튀김, 복불고기, 복맑은탕. 독이 있다고 하는 바로 그 복이다. 장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비싼 음식이다. 녹두죽도 좋아한다. 녹두전은 아니고. 숙주 잔뜩 넣은 쌀국수. 고기 육수 말고 해물 육수를 베이스로 한 쌀국수면 더 좋고. 생선? 좋아한다. 회로 먹을 수 있으면 더 좋고. 구이보다는 찜이나 조림이 좋다. 그리고 보니 오리건 주에 살 때 광어 사촌인 halibut을 자주 먹었다.
숙주 넣은 된장찌개도 좋아한다. 콩나물보다는 숙주가 좋다. 두부? 두부 종류는 다 좋아한다. 특히 순두부. 35년 전쯤에 어떤 출판사에서 밤샘 작업하고 아침 5시쯤 되어 출판사에서 순두부를 사다 준 적이 있다. 그 동네 순두부 집에서 아침 일찍 만든 순두부. 지금은 동네에서 그런 순두부를 만드는 집이 없을 것이다. 가지?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날로 많이 먹었는데 언젠가 인터넷을 보니 날로 먹으면 안 좋다고 해서 요즘은 날로 안 먹는다. 깻잎? 좋아한다. 쑥갓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먹어 본 적이 없다. 미나리? 극혐이다. 왜? 미나리꽝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곳이 없다고 하기는 하지만.
닭갈비? 찾아서 먹으러 다니지는 않는다. 감자탕도 그렇고. 하지만 있으면 군말 없이 먹는다. 메밀 막국수?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 막국수에 메밀은 많아야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밀가루. 밀가루가 없으면 면을 만들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것 같다. 메밀 100% 막국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냉면?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 조심하고 있다. 그 면에도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도토리 묵? 좋아한다.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그냥 그런 맛으로 먹는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새우? 좋아했는데 콜레스테롤 때문에 못 먹고 있다. 오늘 초복이라고 하니 아침부터 이런저런 음식이 생각났다.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1040) - 2 (0) | 2024.07.17 |
---|---|
늙어 가다 (1039) - 2 (0) | 2024.07.16 |
늙어 가다 (1037) - 2 (0) | 2024.07.14 |
늙어 가다 (1036) - 2 (0) | 2024.07.13 |
늙어 가다 (1035) - 2 (0) | 2024.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