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35) - 2
2024년 7월 12일 밤 10시가 다 되었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밤 10시가 되었다.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오늘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날은 여전히 더웠고 습기도 가득했다. 요즘은 에어컨이 없으면 지내기가 힘들다. 옛날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잘만 살았는데.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는 부채 하나만으로도 잘 견디어 왔는데. 익숙해져서 그런가. 그럴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에어컨 없이는 절대로 못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에어컨이 오래되다 보니 이렇게 마구 사용하다가 고장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장 날 때 나더라도 이 더운 여름이 지나간 다음에 고장 났으면 좋겠다.
어젯밤에 10시 넘어서 관리사무소 사람들이 왔었다. 동대표 투표 때문에.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누가 동대표가 되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투표가 잘 안 되어서 그런지 오늘도 밤 8시부터 투표를 위해 집집마다 방문한다고 한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런지도 모르겠다. 빈집이 꽤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편함을 보니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는 집들이 제법 있다. 빈집이 아닌 다음에야 그럴 수가 있겠는가? 내 옆집에도 사람이 상주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에 한 번씩 들리는 것 같다. 택배 물건이 며칠씩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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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인생의 방향이 정해져서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게 된 것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사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인문계를 가게 되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는 했지만 졸업하고 대학에 꼭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에 9급 공무원은 고졸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냥 공무원 시험을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대학에 가게 되었고.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기는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만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보면 최선의 결정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는데 그때 대학원을 간 것은 순전히 병역 연기를 위한 것이었다. 더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러다 보니 졸업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로 연구소에 가게 되었다. 사실 연구소에 간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가게 되었다. 온전히 내 뜻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처 서른이 안 되었을 나이였기에 모험을 하기로 했었다.
교사 생활을 5년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연구소에 갔고 또 남들 하는 것을 보고 박사 과정을 밟게 되었다. 연구소 사람들은 다들 박사 과정을 다녔다. 그때만 해도 박사가 귀하던 시절이라서. 요즘에야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박사이지만. 아무튼 대학에 다닐 때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이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할 때도 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만 그런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까? 시대를 잘 만나기도 하도 잘못 만나기도 하고.
한때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면서 살기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할 때까지는. 하지만 연구소로 옮길 때부터는 시대를 잘 만났던 것 같다. 그 시대는 석사만 가지고도 연구소에서 특채가 가능했다. 석사도 별로 없던 시절이라. 하지만 지금은 박사 학위가 없으면 아예 지원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시대를 잘 만난 것이 아닐 수 없다. 박사 학위 취득과 함께 7년간의 연구소 생활도 끝나고 대학으로 옮기게 되었다. 8월 31일 졸업했고 다음날인 9월 1일에 임용이 되었다. 인생의 행로가 그렇게 될 줄이야. 요즘에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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