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15) - 2
2024년 6월 22일 밤 10시 25분이 다 되었다. 오늘은 김 원장 칠순 모임이 있어 외출했다. 비가 좀 왔었는데 오후 4시쯤에는 비가 거의 그쳤다. 그래도 알 수 없어서 우산을 들고 나섰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좀 가라앉았다. 습도가 좀 있지만 그래도 다닐 만하다. 6629번이 먼저 와서 그 버스를 탔다.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까 여유 있게 창밖을 볼 수 있어 좋다. 예전에 다녔던 길인데 하도 많이 변해서 완전히 처음 가는 길 같다. 아주 오래전에 국군수도통합병원도 있었고, 양 사장 신혼집도 있었고. 그 길이 맞는데 옛날 풍경은 온 데 간데없다.
40여분 지나서 버스를 내렸다. 모르는 곳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30년 전에 분명히 다녀 본 적이 있다. 강서구청은 그때부터 있었다. 기억을 되살려 봤지만 역시 낯설기만 하다. 대충 이쪽이려니 하고 올라왔는데 약속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장소를 확인하니 약속 장소를 지나왔다. 핸드폰으로 장소를 다시 확인했다. 식당 출입구가 너무 작아서 잘못 온 줄 알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방이 있었다. 양 사장, 김 원장 그리고 길 선생까지 모두 도착했다. 나는 5분쯤 지각했다. 10분 정도 엉뚱한 곳을 돌아다니다 왔더니.
오늘은 이전과 다르게 고깃집에서 만났다. 사실 그동안 고깃집에서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오늘의 장소는 김 원장이 정했다. 김 원장이 오늘의 주인공이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도 마시고 고기도 먹고, 그리고 식사로 물냉면 반그릇을 먹었다. 맥주 두 잔 정도를 마셨다. 모두의 근황을 듣고 옛날이야기도 하면서. 친구 H 군이 담도암에 걸렸다는 소식도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황달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담도암이라고. 그래도 슬기롭게 잘 대처한다고 했다. H군은 의사이고,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나는 담석증이 있는데 괜찮으려나.
8월의 통영 나들이에 대한 날짜를 확정했다. 길 선생이 귀국한 후인 8월 22일부터 8월 25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이다. 통영을 둘러보고 욕지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운전은 양 사장 차로 양 사장이 하기로 했다. 작년에도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내가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무산되었었다. 올해는 별일 없이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7시 조금 넘어 일어났다.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옆 테이블의 소리가 넘어왔다. 독립된 방이 아니라는 것이 좀 불편했다. 끝나고 칠순 기념을 위해 투섬플레이스에 들렸는데 촛불에 불을 붙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김 원장이 모처럼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김 원장 칠순이니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근처 파리바케트에서 조그만 케이크 하나를 사서 노래방으로 갔다. 처음에는 지하 노래방이 싫어서 4층에 있는 노래방에 갔었는데 폐업했는지 4층에 노래방이 없다. 할 수 없이 지하 노래방으로 갔다. 우리가 첫 손님으로 보였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양 사장이 빵집에 카드를 두고 왔다고 해서 길 선생과 둘이 잠깐 다녀왔다. 무사히 카드를 찾아 가지고 왔다. 양 사장은 아직 장사꾼이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 사장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케이크에 초 7개를 올리고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고 김 원장이 불을 껐다. 5분 만에 다 끝났다.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이니까. 그리고 모처럼 노래를 불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5년 만에 노래방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종로 3가 국일관 빌딩의 지하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그 빌딩 10층인지 11층인지에 있는 노래방에 들렀었는데. 김 원장의 노래 실력은 변함이 없다. 돌아가면서 두세 곡을 불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곡들만. 노래방 가자고 노래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즐겁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김 원장이 서비스 타임으로 30분을 더 얻어 왔다. 양 사장 말로는 손님이 없으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더 있다가 노래방을 나왔다. 길 선생이 멀리 가야 하기 때문에. 양 사장과 길 선생은 전철을 타러 갔고 나와 김 원장은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김 원장이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에 650번 버스가 와서 먼저 타고 떠났다. 약속 장소에 올 때도 그랬지만 집에 갈 때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옛날의 콩나물 버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요즘의 대중교통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양 사장과 김 원장은 생업이 있고 길 선생도 학기 중에는 강의를 하고 있어서 자주 볼 수 없다. 그래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거의 정기적으로 잘 만나고 있다. 고1 때 만났기에 만날 때마다 하게 되는 옛날이야기가 참 많다. 끝이 없이 이어진다. 아무튼 50년 세월이 훌쩍 갔다. 올해 두 사람은 칠순이 되었고. 그 두 사람은 건강하다. 그만큼 관리를 잘하니까. 그 두 사람은 아직 아무 약도 먹지 않는다. 길 선생도 드디어 올해부터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진작부터 혈압약과 고지혈약을 먹었고, 작년부터는 그것에 더해 담석증 약도 먹고 있다.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1017) - 2 (0) | 2024.06.24 |
---|---|
늙어 가다 (1016) - 2 (0) | 2024.06.23 |
늙어 가다 (1014) - 2 (0) | 2024.06.21 |
늙어 가다 (1013) - 2 (0) | 2024.06.20 |
늙어 가다 (1012) - 2 (0) | 2024.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