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94)

지족재 2024. 2. 16. 03:11

늙어 가다 (894)

 

2024년 2월 16일 새벽 2시 30분이 다 되었다. 어제는 비가 조금 왔었고 기온도 조금 내려갔다. 강원도에는 눈도 왔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춥지는 않다. 나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추위에 강한 것은 아니다. 더위만큼이나 추위에도 약하기는 하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보다는 춥더라도 겨울이 훨씬 좋다. 요즘 거의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출근할 일도 없고 매진해야 할 일도 없다 보니. 그래서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영상을 보고 싶은 대로 원 없이 보다 보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돈을 벌자고 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내가 가고 싶은 곳, 알고 싶은 것의 거의 대부분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가끔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냥 그것이 아닌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더 고상한 것도 아니고 유튜브를 본다고 해서 덜 고상한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은 정신 건강에 유용하고 유튜브를 보는 것은 정신 건강에 유용하지 않나?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이제 은퇴하면 원 없이 책도 보고, 원 없이 음악도 듣고. 원 없이 영화도 보면서 살자."라고 생각했었다. 벌써 은퇴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은 그런 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런 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다 보니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자책을 할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은. 하지만 이내 자기 합리화를 한다.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은퇴하고 나서 원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니 유튜브 옹호론자가 된 느낌이 든다. 여전히 책도 많이 읽는 편이기는 하다. 읽어야 할 책이 아직도 많이 쌓여 있어, 어떤 때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어 치우기도 한다.

 

요즘에는 활자를 봐도 눈이 피곤하고 영상을 봐도 눈이 피곤하다. 눈을 몹시 혹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십 년간 눈을 혹사해 왔는데 은퇴하고 나서도 여전히 눈을 혹사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눈을 혹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야 물론 아무것도 안 보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 눈을 감고도 뭔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게는 그런 정도의 지력이 없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탓에 공상이나 망상에 빠져 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공연히 잠도 설친다. 그럴 바에는 눈을 좀 혹사하더라도 무엇인가를 보거나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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