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95)

지족재 2024. 2. 17. 02:13

늙어 가다 (895)

 

2024년 2월 17일 새벽 1시 5분이 지났다. 이 새벽 시간에 윗집에서 누군가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것 같다. 발소리가 꽤나 크다. 개가 다니는 소리 같지는 않다. 소리로 봐서는 영락없이 아이가 내는 것이다. 아이가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다니. 설마 어른이 뛰어다니지는 않을 테고. 그런데 윗집 아이는 아무튼 유난히도 새벽에 쿵쿵거린다. 어떤 때는 너무 쿵쿵거려서 윗집에 올라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말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러지 않고 있다. 얼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윗집에 불쑥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 내가 사는 아파트 전체가 구조적으로 소음에 약한 편이기는 하다.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소음을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관리 사무소에서 때때로 층간 소음 때문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자주 제기되고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방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사실 사람들이 일부러 소음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 그러니 불가피한 소음이 생기는 것 정도는 양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데 개가 짖는 소리도 양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근처에 앙칼지게 짖는 개를 키우는 집이 있다.  

   

내가 그런 집에 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에는 어떤 빌런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용히 해 달라고 한 마디 했다가 괜한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요즘은 조용히 해 달라고 해도 고분고분하게 인정하는 대신에 도리어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종일 쿵쿵거리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쿵쿵거리는 것이니. 또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고. 개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

 

개혁 신당의 앞날이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 밖에 안되었는데 여기저기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네 파벌이 저마다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하지 않는가. 젊은 전직 여당 대표는 자기가 총대표라고 주장한다지만, 전직 총리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개혁 신당의 지지자들이 정의당에서 넘어온 인물을 비토 한다고 하고.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주당과 연대할 수도 없고 국민의힘과 연대할 수도 없으니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야 하는데, 경쟁력 있는 후보가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좌파 출신 후보는 어디로 가든 민주당 표를 깎아 먹을 것이 분명하고 우파 출신 후보는 어디로 가든 국민의힘 표를 깎아 먹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원내 교섭 단체를 만들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를 바라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칫하면 녹색 정의당만큼의 의석 수도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젊은 전직 여당 대표나 전직 총리나 민주당을 나와 개혁 신당에 합류한 의원 모두 정치 인생이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897)  (0) 2024.02.19
늙어 가다 (896)  (0) 2024.02.18
늙어 가다 (894)  (0) 2024.02.16
늙어 가다 (893)  (0) 2024.02.15
늙어 가다 (892)  (0)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