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93)
2024년 2월 15일 새벽 0시 40분이 다 되었다. 어제 바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밤 12시를 넘겨 15일이 되었다. 그냥 책 좀 본다고, 그리고 뭘 좀 사려고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생산적인 일도 아니고 꼭 사야 되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사고 싶은 것 몇 개는 샀다. 만화 1권을 비롯해서. 연금으로 살면서 이런 것을 사야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정당화를 시작한다. "몇 만 원 없다고 당장 힘든 것도 아니고."라든가 "그래도 문화생활은 적절히 하는 것이 좋아."라든가.
더 거창한 정당화를 할 때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사 주어야 인터넷 업체도 먹고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요즘에는 핸드폰을 걸고 넘어갈 때가 많다. "내가 비싼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라든가 "핸드폰을 자주 바꾸는 것도 아니고."라든가. 사실 내게 비싼 핸드폰이 무슨 소용이 있나? 지금 있는 핸드폰 기능도 다 사용하지 못하면서. 지금 사용하는 핸드폰을 언제 샀었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4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비싼 핸드폰 선전을 봐도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결국 "핸드폰도 안 바꾸는데 이 정도는 살 수 있잖아."로 끝나게 된다.
어제도 그런 정당화 끝에 몇 가지를 사기는 샀다. 그런데 물건이 오고 나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대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면 틀림없이 후회할 것이다. "괜히 샀네."라든가 "안 사도 되는 것이었는데."라든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품 따위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다 개봉했고, 반품하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게다가 "고작 몇 만 원인데"라는 마음이 앞서 반품을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사용하고 만다. 사실 며칠 지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냥 마음을 내려놓으면 되니까. 그래도 가끔은 반품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때도 없지는 않다.
사실 요즘에 사고 싶은 것이 더 있기는 하지만 연금 생활자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이런저런 물건이 좋다는 말을 하면, 마음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나이는 상관없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이 좀 있다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물건을 생각하는 마음이 꽤 오래간다. "나도 그 정도는 가질 수 있는 것 아냐?"라고 여러 차례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 굉장한 합리화 내지는 정당화를 시작할 때가 있다. 심적 갈등도 있지만, 구매 욕망이 심적 갈등을 이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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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축구팀의 내분이 알려졌다. 그것도 영국 신문을 통해서. 4강전 전날에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협회도 인정하고 이강인도 인정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멱살잡이에 주먹이 날아들었다고 하고,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고 한다. 그런 정도면 그냥 다툼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꽤 큰 싸움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4강전에서 진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도 김민재와 손흥민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했었다. 아무튼 요즘에는 선후배 사이의 기강 따위는 없어진 것 같다. 당연한 추세이겠지만, 그렇게 기강이 없어도 되나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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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쿠바가 수교한다고 한다. 그동안 쿠바가 수교국이 아니었지만, 유튜브에 보면 한국인들의 쿠바 여행은 진작에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쿠바도 잘 살기 위해 변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도 수교하지 않았던가? 대표적인 공산 국가 중의 하나였던 쿠바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공산당 1당의 독재국가로 남지 않을까?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될 것이다. 이미 그런 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중국이 그렇고 베트남이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중국이나 베트남에 야당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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