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96)
2024년 2월 18일 새벽 2시 10분이 다 되었다.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가 있었다. 토트넘이 1 : 2로 졌다.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선발로 나왔지만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황희찬이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둘 다 좀 더 분발해야 하는데. 항상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EPL에서 뛰려면 항상 잘해야 한다. 잘하지 못하면 누구라도 퇴출될 수 있는 곳이 EPL이다. 그나저나 국가대표 축구팀의 내분이 어떻게 수습될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성적에 결국 감독이 쫓겨났지만 축협 회장은 사임한다는 말이 없다. 다음 국대 감독은 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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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를 보는 것이 즐거움 중의 하나였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국가대표팀의 하극상 사건은 워낙 파장이 커서 봉합이 쉽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보면 어떤 사회에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전에 어떤 프로 여자 배구팀에서는 감독과 선수의 불화가 있었고, 결국 감독도 선수도 그리고 선수를 지지했다는 코치도 모두 쫓겨나 버렸다. 또 어떤 프로 여자 배구팀에서는 선후배 사이의 불화로 후배 선수가 팀에서 쫓겨났다. 한 사람은 국외 리그를 떠돌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뭐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어떤 야구팀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일이 있었고, 그 선배 선수가 쫓겨났다. 법적 처벌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옛날에는 그런 기강 잡기가 심해서 문제였고, 이제 요즘에는 기강이 너무 해이해져서 문제가 된다. 확실히 시대가 변하고 있다. 직장에서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그런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문화가 남아 있는 곳도 있다고 듣기는 했다.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이라는 악습이 있다고 들었다.
학교에서 선배가 후배를 못살게 굴던 문화도 군대에서도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는 문화도 사라져 갈 것이다. 이미 많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대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학교에서 후배가 선배를, 군대에서 후임이 선임을 들이받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국가대표 축구팀의 하극상이나, 어떤 프로 여자 배구팀에서의 일을 보면 그런 문화가 이미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들이받으면, 윗사람이 얼마나 못되게 굴었으면 그랬을까 하고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윗사람이든 선배든 선임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부당하게 괴롭힌다면 아랫사람이, 후배가, 후임이 들이받는 것은 충분히 정당하다. 그런데 부당한 요구가 아니었다면 부당하게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면? 판단하기 어렵다. 당한 사람은 부당한 것이었다고 말할 것이 뻔하다. 시킨 사람은 부당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고. 이제 점점 더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이랬는데"라고 하면 당장 "꼰대냐."라고 치고 나오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대 맞을 수도 있다. 이제 나이가 좀 있다고 생각하면 조용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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