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62)
2024년 8월 9일 저녁 7시 55분이 다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덥고 습했다. 그래도 잘 지냈다. 오늘은 집밖으로 한 발도 내어 놓지 않은 채 오직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가 실던 시대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오직 부채로만 한 여름을 지내야 했던 시대이다. 일본의 여름보다는 그래도 우리나라 여름이 조금은 더 나은 것 같다. 15년 전쯤 8월에 대학원생들과 함께 일본에 갔다가 너무 덥고 습해서 힘들었다. 어딘가를 구경하러 갔는데 너무 더워서 버스에서 아무도 내리고 싶어 하지 않았고, 결국은 버스를 돌려 되돌아갔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데 그 옛날 나쓰메 소세키가 살던 시대에 한 여름의 더위와 습기를 견디는 것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아무리 덥고 습하다고 해도 나쓰메 소세키보다는 내가 훨씬 더 잘 지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살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다니. 가당치 않은 비교라고 해야 한다. 그냥 내가 집안에서 에어컨 도움을 받아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다 보니 한 여름에 고생하며 살았을 나쓰메 소세키가 생각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에어컨은 물론이고 어쩌면 선풍기도 없이 더위와 습기를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뉴스에 보니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더위와 습기를 막아줄 에어컨도 없이 집안에 고립되어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이런 더위와 습기에는 선풍기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가봐야 갈 때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런 시설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사고가 나면 이재민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지 않던가? 더위와 습기 때문에 집에 머물기 힘든 사람들도 이재민으로 간주할 수 있지 있을까?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은 그런 시설에 머물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25만 원씩을 전 국민에게 주려면 13조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13조억 원을 그렇게 사용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먹고살만한 사람에게 25만 원을 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의미 있게 그 돈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그런 액수의 돈이 있다면 여름에는 더위와 습기를 피할 수 있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런 시설을 여러 곳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 같은 곳에 성능 좋은 에어컨이나 히터를 설치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아직도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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