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17)
어제(2016. 2. 28)는 눈이 제법 왔다. 창밖을 내다보니 '함박눈이 펑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무 위에, 차 위에 눈이 소복이 쌓여 갔다. 그리 많은 눈이 내린다고 듣지는 않았는데 많이 내렸다. 눈 내리는 것을 그냥 보기만 하면 좋다. 하지만 외출할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 선다. 이 눈 길에 운전도 할 수 없고. 걷자니 질척거리는 것이 싫고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고. 소담스럽게 쌓인 눈을 보고 그런 멋 없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쩌랴. 마냥 눈 내리는 것을 쳐다 보고 살 수만은 없는데. 재활용품을 놓는 곳에서 경비 아저씨를 만났다. 갑작스럽게 눈이 와서 곤혹 스럽다고 한다. 염화 칼슘을 뿌리고 왔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끄러워서 차가 다닐 수 없다고 한다. 아파트 한 바퀴를 다 돌면서 뿌리다 보면, 그 짠 것이 날려서 입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난 여기 그렇게 오래 살면서도 경비 아저씨가 눈 오는 날 염화 칼슘을 뿌리는 줄 몰랐다. 그저 춥지 않아서 눈이 녹은 줄만 알았다. 여태 헛 살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