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16)
딸내미 보러 미국에 다녀 온지 9일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여독(旅毒)이 풀리지 않았다. 재작년부터 이런 일이 생겼다. 비행기에서 잠을 못 이루고 내내 뒤척이면서 와도 하룻밤 자고 나면 곧바로 적응했었는데, 이제는 좀 힘들다. 시차 극복을 못해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애써 세운 스케줄이 망가져 버린다. 잘 시간에 일어나 있고, 일어나 있어야 할 시간에 자고... 무리해서 일어나 있다보니, 저녁도 먹기 전에 눕게 된다. 그리고는 두 세 시간 잠들었다고 깨고... 곧 고쳐지겠지 했는데 9일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는다. 사실, 몸만 피곤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딸내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탓도 있다.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제 스스로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걱정 안 하는 척, 둔감한 척 할 뿐이다. 사실은 무척 신경이 쓰이지만 말이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딸내미가 굳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어찌 되었든 틀림 없이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