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93)
2024년 9월 13일 아침 4시 10분이 다 되었다. 어제는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렸다. 그래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그저께보다 10도는 내려가지 않았을까? 어제 오전에 정 내과에 가야 했다. 두 달이 금방 지나가서 다시 고혈압약 처방을 받아야 했다. 11시 15분쯤 정 내과에 도착해서 진료를 마치고 처방받아 약국에서 약을 가지고 나왔는데 하필이면 그때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은 들고 있었지만, 바짓단이 다 젖었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면 운전석에 타는 것도 불편하다. 우산을 접어야 했서 문을 잠시 열어 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비가 차 안으로 엄청나게 들이쳤다.
그 잠깐 사이에 폭우를 만나다니. 운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후 1시쯤 되어 다시 서울로 와야 해서 차를 운전해서 경인고속도로에 올라왔는데 또 폭우를 만났다. 하필이면 내가 운전하고 있는 그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다니. 비가 내리기를 바랐기에 일부러 내 운전 시간에 맞추어 비가 내린 것일까? 그럴 리는 없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비가 내린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고속도로인데도 물이 잘 빠지지 않았고 1차선에 물이 많이 고였다. 이렇게 몇 시간 내리면 어딘가 침수되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당산동에 도착할 때는 비가 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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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커뮤니티에 어떤 의사가 하루 1000명씩 죽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아직 관련 기사를 찾아 읽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그 뜻은 그렇게 하루 1000명 죽어나가야 의사가 소중한 줄 알고 의사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의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거의 모든 의사가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겉으로는 그런 의사는 극소수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의사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나친 생각일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니,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악화시켜야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삭발하는 의대 교수들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결연(決然)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의지일까? 정부에게? 국민에게? 의대 교수들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설마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대 교수를 비난하는 것이 무서워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닐 테지. 삭발 쇼를 하는 의대 교수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나름대로 그럴만한 사연이 있겠지.
한쪽에서는 국민이 하루 1000명씩 죽어나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추석 연후에 응급실을 지킬 것이라고 한다. 고맙게도 그런 의사도 있네. 힘들어 못살겠다고 응급실을 떠나 버린 의사도 많은데. 그런데 왜 일종의 양동(陽動) 작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갑자기 국민에게 감정적인 호소를 하면서 의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하루에 1000명쯤 죽어나가야 한다고 한 것은 아무래도 좀 오버한 것이라고 깨달은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국민들도 야당 정치인들도 의사 쪽으로 많이 넘어갔고, 심지어 여당 쪽에서도 의사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인데 하루 1000명씩 죽어 나가야 한다는 글 때문에 역전패할까 걱정해서 그런 것인지 갑자기 응급실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의사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목숨을 쥐고 흔드는 의사인데. 그래서 지난 정권도 두 손들고 나가떨어졌고. 그런 학습 효과가 있으니까 의사들이 거침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프지 않기를, 아파도 하루 1000명씩 죽어나가야 한다는 의사가 없는 병원에 갈 수 있기를 바라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지리 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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