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969)

지족재 2024. 5. 4. 23:06

늙어 가다 (969)

 

2024년 5월 4일 밤 10시 10분이 다 되었다. 몇 달 만에 양 사장, 김 원장, 길 선생을 만났다. 오후 5시 30분 약속이라 당산동에서 4시 10분쯤 출발했다. 인터넷 정보를 보니 지하철로 50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다. 좀 덥기는 했지만 귀가할 때는 기온이 내려갈지도 몰라서 굳이 얇은 옷을 찾아 입지는 않았다. 비가 내릴 확률을 보니 30%라고 해서 우산도 하나 들고나갔다. 마스크도 가지고 나갔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지하철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생각으로. 짐이 있다 보니 조그만 백팩을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백팩이 있었는데 사라져 버렸다. 실은 작년 7월에 폐기물로 버렸다. 혹시라도 폐렴균이 잔뜩 붙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오늘도 대중교통 시스템에 감탄했다. 무료라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잘 되어 있다. 문래역에서 당산역으로 가서 9호선을 타고 마곡나루역에서 내리면 된다. 인터넷에서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문래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퇴근시간도 아닌데. 당산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좀 걸어야 한다. 많이 걷는 것은 아니고.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당산역에서 마곡나루역까지 급행과 완행이 있다. 완행이 먼저 와서 별생각 없이 완행을 탔다. 시간도 여유가 있고 해서.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빈자리도 보였다. 하지만 굳이 그 빈자리를 찾아가서 앉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앉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 빈자리까지 찾아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바로 앞에 빈자리가 있다면 물론 앉았을 것이다. 가양역에서 급행을 보낸다고 잠시 정차했다. 그런 줄 알았다면 애초에 급행을 탔을 텐데 아주 가끔 이용하다 보니 그런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 봐야 고작 8개 역이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시 5분쯤 1등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손님이 별로 없고 한가했다. 지난번에 양 사장이 마곡나루 근처에는 사무실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는 음식점에 손님이 별로 없다고 했었다. 5시 15분쯤에 김 원장이 도착했고, 5시 20분쯤에 양 사장이 도착했다. 길 선생은 워낙 먼 곳에서 오기 때문에 좀 늦을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주문했다. 길 선생은 이제 노량진역을 지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셋이서 먼저 한잔씩 마셨다. 나는 맥주를 마셨고 양 사장과 김 원장은 일단 소맥 1잔씩 마셨다. 김 원장이 새로 실손 보험을 든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길 선생은 6시 10분쯤에 도착했다. 실손 보험과 간병 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김 원장도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었다. 사실 나도 간병 보험은 따로 들지 않았다. 간병 보험을 알아보기는 했는데, 실제 들어가는 간병비만큼 보상해 주는 아니어서 좀 실망스러웠다. 요즘 간병비 일당으로는 적어도 15만 원은 주어야 한다. 앞으로 5년 후에는 간병비 일당이 더 높아질 것이다. 간병비 보험으로 그것을 충당하려면 적지 않은 금액을 내야 한다. 아무튼 김 원장은 새로 실손 보험을 들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8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나섰다. 그런데 이 동네는 신호등이 안 보였다.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차도 사람도 많을 텐데 왜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사람도 힘들지만 차 운전자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아무 때나 수시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식당 근처에서 커피집을 찾았다. 스벅의 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좀 저렴한 곳을 찾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아주 저렴한 커피집이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이라고 한다. 그런 집이 다 있다니. 게다가 네 사람이 앉을자리도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이런 커피집이 있다면 굳이 스벅에 가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커피보다는 자리 때문에 가는 것이니까. 9시까지 영업한다고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그전에 일어날 것이니까. 자리를 옮겨서도 여전히 실손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양 사장과 길 선생 말에 따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1세대 실손보험이다. 나도 잘 몰랐는데. 양 사장, 김 원장 그리고 길 선생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나는 세상 물정에 좀 어둡다는 생각을 했다. 

 

종업원이 9시에 문을 닫는다고 거듭 이야기를 했다. 우리 말고도 두 팀이 더 있었다. 우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일어섰다. 6월 모임 일정도 확정 지었고 해서. 9시 10분 전이다. 마곡나루역에서 김 원장과 헤어졌다. 학원에 아직 정리할 일이 남았다고 한다. 이 늦은 시간에. 셋이서 9호선 급행을 탔는데 텅텅 비었다. 나란히 앉아서 오다가 나는 먼저 당산역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노량진역에서 헤어진다고 했다. 당산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9호선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기할 정도로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9시 30분쯤에 당산동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쳤다. 

 

서로 건강하기를 빌었다. 건강해야 자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일단은 정기적으로는 분기에 1번 보는 것 이외에 좋은 일이 있으면 만나기로 하였다. 일단 다음 달에는 김 원장 칠순이라서 보기로 했다. 길 선생이 7월 초에서 8월 중순까지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 여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작년에도 계획했다가 내가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올해는 꼭 같이 갈 수 있기를. 원래 신지도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신지도 생활이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욕지도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신지도 대신 통영으로 가자는 말이 나왔다. 올해는 계획대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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