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3)
오늘(2015. 12. 3) 눈이 제법 많이 왔다. 가만히 보기만 한다면 좋은 풍경이다. 아파트에서 내다보니 마른 가지에 쌓인 눈도, 자동차 지붕에 쌓인 눈도 운치(韻致)가 있다.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그저 보기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나가 다녀야 할 것을 생각하니, 운치에 젖을 수만도 없다. 걸어다니자니 넘어질 것 같고, 운전하자니 미끄러질 것 같고. 나이 드니 눈 앞의 현실이 냉혹하다. 안 추웠으면 좋겠다. 겹겹이 껴입고 목도리 두르고.. 나이 안 든 척 하려고 해도 어림 없다. 며칠 전 K 선생이 한 말이 생각난다. 더 이상 인내할 필요가 없다고. 추우면 내복 입어야 한다고. 그나저나 내일 저녁에 여의도에 가야 할 일이 있다. 차편도, 교통카드 사용법도 잘 모르는데. 눈만 안 왔으면 내 차 타고 편히 갈 수 있는데. 왜 눈은 와 가지고...
2015. 12. 4 후기
눈은 다 녹았다. 운전해서 여의도 다녀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