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몇 년전부터 일주일에 이틀 새벽 출근을 한다. 집에서 5시 30분에 나서면 6시 10분에 도착한다. 9시 10분전에만 도착하면 되지만, 집에서 늦게 출발하면 길이 막혀 지각하기 쉽다. 외곽순환도로가 6시 30분 이후로는 항상 막히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일찍 집을 나선다. 이른 아침이라 차가 몇 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적지 않은 수의 차들을 그 이른 아침부터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이 보기 좋다. 대개는 나와 같은 생각에서 그렇게 일찍 집을 나섰을 것이다. 길이 막히면, 지각을 할까 노심초사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고 다리가 아프다. 계속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었다. 하다보니 다리에 무리가 온다. 그러면 혹시나 다리에 쥐가 날까 불안하다. 피곤하면 가끔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그때의 아픔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일찍 가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두 시간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때로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때로는 밀린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아침 신문을 보기도 한다. 6시 30분쯤되면 쓰레기통을 비우러 오는 분이, 그리고 8시쯤 되면 복도 청소를 하는 분이 자기 일을 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어쩐지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또 가끔은 아침 일찍 가게로 출근하는 두 친구(Y 사장, K 부장)가 출근길에 보내는 문자에도 바로 답할 수 있다. 그들과 출근길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가게 인원은 3명뿐이다. Y 사장, 그리고 L 실장, K 부장. Y 사장과 K 부장, K를 Y가 넓은 도량으로 거둬준 것이다. 나이가 있으니 K부장이라 부를 뿐, 그냥 종업원이다. 가게 주인을 친구로 둔.) 그렇게 두 시간가량 보내고, 사무실에서 갓 내린 커피를 큰 잔에 조금 넣고, 뜨거운 물로 컵 바닥이 보일 만큼 희석해서 기분 좋게 마시면, 왠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