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109)
2024년 9월 29일 저녁 7시 45분이 다 되었다. 오늘도 하루를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요즘에야 바쁠 것도 급할 것도 없다. 100% 백수 아닌가? 시간에 쫓겨 뭔가를 해야 하는 일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이야 많지만 대부분은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그날그날 형편 되는 대로 지내고 있다. 책을 읽고 있지만 오늘 다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읽다가 지루해지면 덮고 내일 다시 읽으면 된다. 내일이 되어도 읽을 마음이 안 생기면 그다음 날 다시 읽으면 되고. 어떤 책은 잘 읽히지만 또 어떤 책은 잘 안 읽힌다. 한번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책도 있고.
어젯밤에는 야간 산책을 했다. 새벽 0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오지 않아 한 20분 정도 산책을 했다. 딱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다. 그냥 밤 산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 봤다. 확실히 저녁 기온이 내려가서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20분 정도를 걸었는데 그다지 덥지 않았다. 앞으로 잠이 오지 않으면 한밤 중이리도 동네 산책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묻지 마 폭행'만 당하지 않는다면 위험할 일도 없다. 나 같은 중늙은이를 털어서 돈이 나올 것도 아니고. 뺐어갈 것이라고는 핸드폰뿐이다.
핸드폰 집어가 봐야 역시 돈이 안된다. 사양이 신통치 않은 구형 갤럭시이니. 게다가 비밀번호가 걸려 있으니 풀지도 못할 것이다. 내게서 뺏어갈 것도 없고, 또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에 CCTV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밤길이라도 부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 산책에 위험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음주 운전자가 난폭 운전을 해서 갑자기 내 쪽으로 차가 들이닥친다면? 요즘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런 일이 생기면 억세게 운이 나쁘다고 할 수밖에. 어떤 차가 그런 차로 돌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묻지 마 폭행'과 '음주 난폭 운전'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운수소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죽을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밤길에 사람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했다. 걷다가 길가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앞을 지나쳐 갔는데 담배 냄새가 훅하고 들어왔다.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은 대개 담배 냄새를 싫어하지 않을까? 나는 아주 싫어한다. 놀라서 빠르게 지나갔다. 그곳은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낮이라면 그런 곳에서의 흡연은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한 밤중이라서 별생각 없이 주저앉아 흡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흡연자를 만난 것만 제외하고 오늘 새벽의 밤 산책은 좋았다. 주점이 없는 동네라서 취객을 만날 일이 없었다. 길에 다니는 차들도 많지 않았다. 혹시 이상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가 있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 걸었는데 다행인지 그런 차도 없었다. 한밤 중이라 배달 오토바이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밤 산책을 정기적으로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날에 잠시 밤 산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 시간에 몸 피곤하게 하려고 집에서 운동한다고 부산을 떠는 대신 한 30분 정도 돌아다니다 보면 잠도 잘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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