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089)
2024년 9월 9일 새벽 3시 30분이 다 되었다. 열대야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여전히 열대야인 것 같다. 새벽인데도 덥고 습하다. 바깥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안은 여전히 덥고 습하다. 생각해 보면 30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없이 잘만 살았다. 하지만, 이제 에어컨에 익숙해져서 에어컨 없이 살기 힘들어졌다. 나만 그런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간사(奸邪)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낡은 에어컨이 고장 없이 잘 견디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적어도 이번 달까지는 고장 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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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교를 그만두는 교사가 상당히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5년 사이에 몇 만 명이 의원면직이나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내가 교사라고 해도 명예퇴직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에 교사직을 견딜 수 있는 교사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도 변했고 학부모도 변했다. 월급도 신통치 않은 데다가 툭하면 기어오르는 학생과 툭하면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그렇지 않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부모가 여전히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교사들이 그만두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만큼의 효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다. 교사도 변했다.
어쩌다 이런 사달이 생겼을까? 이런 일이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거침없이 그렇게 변해가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미 구시대의 풍경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견디어 보고 견디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둘 수밖에 없다. 고통을 당하고 인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 학교를 그만두면 적응을 못해 떠난 것이라고 치부(置簿)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가끔씩 '교권'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한다. 그래도 세상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너무 비관적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학교를 그만두는 젊은 교사들이 많아졌다. 이런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가 저세상으로 가버린 젊은 교사가 있었지만,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변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면 곧 잊히고 묻혀 버리고 만다. 아까운 목숨이다. 그 교사는 학교를 그만두어도 민원이 평생 쫓아다닐까 두려워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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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다. 국회의원 중에 대통령 추석 선물을 안 받겠다느니 반송하겠다느니 말하고 다니는 작자들이 있다. 국회의원은 어떤 선물이든 받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국회의원에게 왜 선물을 보낼까?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인데 감사할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다고. 그들에게 선물을 보낼 돈이 있다면 소외 계층에게 기부했으면 좋겠다. 뉴스에서 명절 때 국회의사당에 잔뜩 쌓인 선물 꾸러미 시진을 본 적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많은 선물을 집으로 가져가나? 격 떨어지는 행동이 아닐까? 국회의원은 선물이 들어오면 죄다 반송했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선물을 보내면 청탁으로 간주하고 고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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