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900)

지족재 2024. 2. 22. 01:14

늙어 가다 (900)

 

2024년 2월 22일 새벽 1시 15분이 되었다. 비는 완전히 눈으로 바뀌었다. 비가 좀 내리려다 그치려니 생각했는데, 한 겨울처럼 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겨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아무튼 이런 식이라면 눈이 꽤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 힘들게. 회사에서도 눈이 펑펑 내리면 그냥 재택 근무하라고 하면 좋으련만.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좋지만, 막상 복잡한 도시에서 눈 내리는 길을 다니려면 힘들다. 운전을 해서 다니든 아니면 걸어서 다니든. 시골도 마찬가지겠지. 내린 눈도 치워야 하고. 

 

눈이 내릴지 모르고 운전했다가 갑자기 눈이 내려서 눈길을 운전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두어 번 있다. 차를 구입하고 얼마 안 되어 그 차를 가지고 S 대학교에 갔다가 갑자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운전하느라 곤욕을 치렀던 일이 있었다. 언덕길이 많은 그 대학에서부터 인천까지 운전해서 내려가야 했는데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그날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는 듣지 못했었는데.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면 당연히 차를 안 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 뒤로 눈이 조금이라도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면 거의 차를 안 가지고 다녔던 것 같다. 

 

오리건의 레이크오스위고에 잠시 체류할 때도 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 원래 그 동네는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 대신에 비가 줄줄 내리는 그런 동네이다. 어쩌다 눈이 좀 내리면 온 동네가 마비되고 만다. 제설 장비도 갖추지 못한 그런 동네라서. 그때도 눈이 내리는 바람에 학교를 포함해서 관공서는 모두 문을 닫았고, 오직 식료품점과 일부 가게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눈을 처리할 곳이 없이 주차장 한가운데 눈을 잔뜩 쌓아둔 채. 체인을 사려고 어느 가게에 갔었는데, 주차장이 빙판이었다. 그 빙판에 올라섰다가 차가 통제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통에 난감했었다.   

 

다행히 그때 다른 차들이 거의 없어서 남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지금도 눈이 내리면 눈 때문에 힘들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내일 아침 기온이 어떻게 되려나. 도로의 눈은 녹아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눈은 누가 치우지 않는 한 그대로 있지 않을까? 아파트에서 도로까지 나가는 것이 오히려 큰 일이다. 가끔씩 뉴스에서 차가 미끄러져 다른 차와 부딪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나는 운전이 서툰 편이라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차를 가지고 나갈 만큼 용감하지 않다. 눈길에도 차가 많은 것을 보면 용감한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눈이 내리는 바람에 잠시 옛 생각을 해 봤다. 아무튼 어제도 잘 지낸 편이다. 정강이에 상처가 난 것만 제외하면. 방에서 의자가 있는 것을 제대로 안 보고 걷다가 의사 모서리에 정강이를 부딪쳤다. 의자를 탁자 아래 잘 두어야 했는데. 순간 꽤 아팠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 않지 않아서 살펴보았더니 피가 좀 났다. 어쩐지 꽤 아프더니. 젊어서는 이런 정도 상처는 며칠 만에 아물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들다 보니 대수롭지 않은 상처도 아물려면 거의 한 달이나 걸린다. 어쩌면 한 달 내에 어딘가에 또 부딪쳐서 새로운 상처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조심하면서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식구들에게도 늘 조심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 놓고도 내가 제일 많이 다친다. 그래서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식구들이 나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참 다양하게 여기저기 부딪치는 것 같다. 책상 모서리, 의자 모서리뿐만 아니라 싱크대 위의 수납장 모서리에 부딪치기도 하고, 심지어 현관문 모서리에도 부딪친 적도 있다. 집에서 부딪치면 바로 약을 찾아 바를 수도 있지만, 밖에 나갔다가 뭔가에 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그러지도 못한다. 여기저기 부딪치는 것도 나이 들어서 주의력이 떨어진 탓일 것이다. 

 

레이크오스위고에서 눈 내리던 어느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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