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1): 집안 1
중국 여행 첫날(2010년 8월 16일). 9시 2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10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월요일이라 그런지 가는 길이 많이 막혔다. 장기 주차장에 차를 두고, 셔틀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는 과정까지 조금씩 늦어져서 10시 20분에야 집결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양(沈阳, 중국어 발음으로는 선양)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간은 12시 45분.
중국 남방항공의 비행기를 이용했다. 복도 쪽 좌석에 앉게 되었다. 이륙하고 나서 바로 점심식사가 나왔다. 손바닥 크기의 알루미늄 1회용 상자와 고무 밴드를 두른 종이 상자를 주었다. 알루미늄 상자에는 밥과 닭 요리가 들어 있었다. 종이 상자에는 포장된 찹쌀떡 한 개와 플라스틱 스푼, 포크, 티슈를 함께 비닐로 포장한 것, 반찬이 명함 반 정도 크기의 그릇에 담겨 있었다. 뚜껑 대신 랩으로 둘둘 감아서. 무절임 같은 것과 콩 자반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저가 항공사인가? 그럴 리가? 대한항공과 스카이 팀으로 묶여 있다고 했는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양에 내리기 얼마 전에는 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무거운 비행기가 바람 때문에 그렇게 흔들리다니…. 비행기가 뚝 떨어지는 그런 상황도 생겼다. 그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불안했다. 오후 1시 30분쯤(중국 시간.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 30분. 중국과 우리의 시차는 1시간이다.)에 심양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고도 한 15분간 정도 비행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화물 체크 때문이라는 소문이 전해졌을 뿐이다.
버스 안에서 본 심양 공항.
단체 비자인 경우는 여권에 비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서류에 비자를 내준다고 했다. 지난 번 중국 방문 때는 개인 비자라 여권에 비자를 내주었는데.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현지 가이드인 조선족 LYS를 만났다. 공항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약간 덥기는 했지만, 쾌청했다. 여러 차례 부탁했던 대로 대형버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좋지는 않았다. 안전벨트도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었고…. 다행히 에어컨은 좋았다. 가이드는 조선족이지만 연변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중국이 왜 차이나인지 아시냐고? 그리고 답했다. 중국과 한국이 차이나기 때문에, 중국 도시와 시골이 차이나기 때문에, 한족과 조선족이 차이나기 때문에 차이나라고 한단다. 기사는 ‘리 따거’라고 부르라고 한다. 성이 리이고, 따거는 大兄이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이 형’쯤 된다고 한다. 수고했다는 말은 ‘싱쿨라’.
4박 5일간 우리가 타고 다닌 버스
심양은 만주 봉천으로 알려진 곳으로 서간도의 중심 지역이다. 심양에서는 중국의 다섯 번째 직할시 승격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BMW 조립 공장이 심양에 있다고 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동북3성의 한국인 방문객에 대해 중국인들은 솔직히 말해 불편해 한다고 한다. 반한적인 사람도 많다고 한다. 동북3성에 와서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다 보니, 중국인들이 물건은 팔지만 내심으로는 한국인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주의할 만한 했다. 가급적이면 조용히 구경만 하고 돌아가 달라는 부탁이었다. 백두산에 가서 태극기 걸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만세3창을 한다거나, 기도를 하고 찬송을 부른다거나 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심양에서 무순(抚顺, 중국어 발음으로는 푸순)을 지나 통화(通化, 중국어 발음으로는 퉁화)로 이동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거쳐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광대하게 펼쳐진 옥수수 밭이었다. 옥수수는 심어만 놓으면 잘 자란다고 한다. 옥수수는 식용, 사료용, 연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생산량의 4분의 1정도는 술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논은 드물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논을 볼 수 있는 곳은 주로 조선족들이 살거나 살았던 곳이라고 했다. 3시 5분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하여 무순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이때만 해도 중국의 화장실이 어떤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무순의 고속도로 휴게소. 服务区는 아마 service area를 옮긴 것 아닐까.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비포장도로를 10여분 정도 지난 다음에 국도로 들어섰다. 고속도로에서도 그랬지만 국도에도 차량은 별로 없었다. 중국의 시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주유를 위해 들른 주유소의 화장실. 끔찍했다. 애초에 수세식은 바라지도 않았다. 문이 없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남녀만 구분했을 뿐, 문커녕 칸막이도 없다. 그저 뚫린 구멍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전기 시설도 아예 없었다. 잘 지어놓고 유료로 이용하게 하면 되지 않나? 이런 길을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녔다는 것이 놀라웠다.
6시 30분쯤 통화에 들어섰다. 통화는 제약회사 700여개가 몰려 있는 제약의 도시라고 한다. 여기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강 씨 숫불구이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된장국이 그럴 듯했다. 삼겹살을 추가로 시켰더니, 한 접시에 8천원이라고 했다. 구식 휴대전화를 펼쳐 놓은 크기의, 그리고 두툼하기는커녕 100원짜리 동전 두 개쯤 겹쳐놓은 정도의 삼겹살 네 조각정도에 8천원이라니. 같이 간 사람들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그 정도에 8000원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중국 사람들은 비싸서 들어올 수 없는 가게라고 한다. 그다지 큰 가게도 아니었는데. 가이드가 소속된 여행사의 버스가 우리 버스 말고도 두 대 더 있었다. 모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었다. 식사를 마치니 꽤 어두워 졌다. 7시 30분쯤 식당을 떠나 집안(集安, 중국어 발음으로는 지안)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는 없었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로, 오가는 차량이 별로 없었다. 여기저기 공사 중인 곳이 많아 길은 매우 불편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10시쯤 되었다. 4성급인 홍콩성 가일 호텔. 욕조 대신 샤워부스가 있었다. 쿠션이 좋지 않은 버스를 오랜 시간 타다보니 몸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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