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 투어
하루짜리 상하이 투어(2010. 4. 21)는 노신(鲁迅, 중국어 발음으로는 루쉰) 공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노신은 <아큐 정전(阿Q正傳)>으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이다. 노신 공원의 옛 이름이 홍구(虹口, 중국어 발음으로는 훙커우) 공원이다. 홍구 공원은 윤봉길 의사가 일본 천황 탄생일 기념행사(1932. 4. 29)에서 폭탄을 투척한 장소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운동을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니, 윤봉길 기념관 매표소가 따로 있다. 이곳에 중국인들이 돈 내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진 바로 그 장소에 기념비가 있다. 윤봉길 기념관에서는 조선족 여자 안내원이 윤봉길의 생애와 폭탄 투척의 상황을 잘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기념관의 현판에 매헌(梅軒)이라고 쓰여 있었다. 윤봉길의 호가 매헌이다. 매화가 있는 집. 기념관 바로 뒤에 한국인 상대의 기념품 가게가 있다. 한국의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 천원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진 장소에 세워진 기념비.
다음 코스는 대한민국상해임시정부 유적지.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임시정부가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으로, 임시정부는 일본군을 피해 이곳을 떠나 중국의 6개 도시를 유랑하게 된다. 임시정부 유적지는 도로 옆에 붙은 3층짜리 건물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층에서 임시정부의 활약상에 관한 짧은 비디오를 보고 2층과 3층의 전시관을 돌아보았다. 김구 선생 집무실을 비롯해서 당시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복원해 놓았고, 당시의 자료도 꽤 갖추어 놓고 있었다. 2층과 3층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이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살았나 보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관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계단 벽에는 기부금을 낸 한국인들의 이름이 많이 적혀 있었다. 기부를 권유하는 큼직한 글씨가 써 있다. 입장료나 기념품 판매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임시정부 유적지가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지. 사진 가운데 유적지임을 가리키는 표지가 붙어있다.
2층과 3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진 속의 건물 왼쪽으로 돌아 가야 한다. (사진 C.D.K)
조선족이 운영하는 임비곰비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주로 청도맥주와 백주(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백주 종류가 하도 많아서….)를 주문했는데, 백주의 병뚜껑이 열려 있었다. 중국에는 가짜 술이 많다고 들은 터라, C가 지배인에게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지배인이 바꾸어 주기는 했지만, 불편해 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중국에 가짜 술이 많다는 말만 듣지 않았어도 그냥 마셨을 텐데. 식사 후에 동방명주(東方明珠)로 갔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다고 한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일반 관광객들은 263미터 높이에 있는 전망대까지만 오른다고 한다. 날이 맑아서 상하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황포(黃浦, 중국어 발음으로는 황푸)강과 마천루들. 상하이의 엄청난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바닥이 투명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그리로 아래를 바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동방명주 1층의 상하이역사박물관. 상하이의 근대 역사를 재현한 곳으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상하이의 옛 거리와 생활상을 밀랍 인형을 사용하여 아기자기하게 잘도 꾸며 놓았다. 아쉽게도 바쁜 일정 때문에 찬찬히 구경할 수 없었다.
동방명주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찔했다.
엄청나게 많았다. 그 많은 중국인들. 황포강의 유람선에 승선하였다. 황포강은 양자(揚子, 중국어 발음으로는 양쯔)강 하류의 지류이다. 유람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강변의 풍경을 돌아보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상하이 투어의 마지막 일정은 북한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북한식당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조선족 가이드에게 물으니 중국인도 많이 온다고 했다. 식당은 깨끗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평양에서 왔다는 한복 차림의 단정한 여종업원은 우리 일행을 거리감 없이 대했다. 북한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는 한국 소주를 찾으니 편의점에서 사다 주었다. 한국 소주를 찾는 한국인 손님들이 많은가 보다. 그 여종업원은 술, 담배 등의 북한 상품을 권하면서도 팁은 끝내 사양했다. 식당에서는 공연도 하는 듯했지만, 늦은 시간에 온 우리는 공연을 볼 수는 없었다. 공연이 아니라 음식 맛만으로도 들려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었다. 아. 조금 비싸긴 했다. 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유람선에서 본 동방명주 (사진 C.D.K)
상하이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였다. 적어도 외관상으로 보면 서울이나 동경과 다를 바 없었다. 5월에 있을 엑스포 준비가 한창이었다. 시내를 다니는 수많은 볼보, 폭스바겐, 토요타, …. 대부분은 상하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들이라고 했다. 현대차도 보였다. 아파트 가격도 매우 비싸다고 했다. 한국 돈으로 3억은 보통이라고 한다. 상하이 시내를 오가며 보니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색임에도 거리낌 없이 건너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중앙선을 불법 유턴하는 차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심해 보였다. 게다가 호텔에서도 잘 통하지 않는 영어. 우리가 묵은 호텔이 상하이 외곽에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5성급인데…. 하루짜리 관광으로 상하이를 다 알 수는 없는 일. 지나치게 예민해서 그런 것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일행이 상해에서 묵은 호텔. Vivasha Resort.
* 후기: 상하이가 잘 정비되어 있긴 하지만, 건물 뒤로 돌아가면 여전히 낙후된 곳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 코스만 다니다 보니 그런 곳은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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