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對馬島)에 가다
요산요수회의 대마도(쓰시마) 시라타케(白嶽) 산행에 동참했다(2004. 6. 4 - 6. 6). 이즈하라(嚴原)로 가는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산에서 1박해야 했기 때문에, 대마도 여정은 실제로는 1박 2일짜리였다. 대마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대마도가 어쩐지 한국땅인 것 같아서. 6월 5일 10시 30분에 부산항을 출발했다. 200명 정도 타는 작은 배였다. 멀미가 심할 것 같아 불안했다. 다행히 거세기로 유명한 현해탄이 잠잠해서 이즈하라에 무사히 도착했다. 곧바로 시라타케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행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전날 부산에서의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잠도 거의 못잔 터라 피곤하기도 해서, 산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곡절 끝에 합류했다. 복장 불량이라는 눈총을 받으며,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핸드폰이 터지는지 올라가서 꼭 확인해야 한다고 여러 사람이 격려해 주었지만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못 올라가는 나를 위해 몇 사람이 정상에 오르는 대신 고맙게도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쓰시마 호텔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몇몇과 함께 선술집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2인 1실로 사용하게 된 방은 너무 작았다. 침대 두 개가 겨우 놓여 있는 정도였다.
6월 6일 대마도 관광에 나섰다. 일요일 아침의 이즈하라 골목길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면암 최익현의 순국비가 있는 수선사를 찾았다. 을사조약에 반대하여 일본군에 저항하던 면암은 이즈하라로 유배되어 단식 끝에 순국한 인물이다. 면암의 시신이 수선사에 4일 동안 안치되었다고 한다. 한일 양국의 유지들이 세운 순국비는 대마도를 찾는 한국인들의 필수 코스이다. 대마도에는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 많이 있다. 한글 안내판도 적지 않게 있다. 쓰시마 시청에서는 정오에 한국 동요를 들려주기도 한다. 서산사를 찾았다. 서산사 뒤에 있는 묘지에는 통신사 김성일을 기리는 탑이 있다. 김성일은 황윤길과 함께 일본에 다녀와서, 일본의 침략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보고를 했었다. 잘못된 보고로 역적 취급을 받은 김성일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사수하다가 전사했다. 서산사 경내에 있는 김성일 시비를 본 후, 덕혜옹주비를 찾았다.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는, 14세 때 일본으로 끌려가 대마도주 아들과 정략결혼을 하지만, 평탄치 못한 결혼 생활로 정신질환에 시달려, 결국 이혼하게 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덕혜옹주의 딸도 어머니의 비운을 견디지 못해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이즈하라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히타카츠(比田勝)에서 부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부산으로 가는 배 운항이 중지되었다. 대마도에 하루 더 잔류하는 팀과 후쿠오카로 가서 비행기로 귀국하는 팀으로 나뉘었다. 나는 귀국 팀에 합류했다. 사정만 허락했더라면 하루 더 있었을 텐데... 부산으로 가는 쪽은 바람 때문에 풍랑이 심하다고 하던데 하카타(博多)로 가는 쪽은 뜻밖에도 잔잔했다. 꽤 큰 배를 타고 이키섬(壹岐島)을 거쳐 하카타 라면으로 유명한 그 하카타에 도착했다. 뜻하지 않게 이키섬(배가 잠깐 선 항구 모습)과 하카타를 보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이동해서, 후쿠오카(福岡)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불과 한 시간 거리. 짧은 대마도 여정은 그렇게 끝났다. 후문에 듣자니, 잔류 팀의 귀국 일정은 풍랑으로 몹시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 후기 1: 대마도 여행에 같이 같던 일행 중 한 분이 타계했다. 그 분은 예기치 못한 병마와 싸우다 2009년 봄에 고인이 되었다. 명복을 빈다.
* 후기 2: 요즘(2012년 8월) 독도가 한일간에 이슈로 등장했다. 대마도도 우리 땅인데... 오래전 이승만 대통령이 대마도 반환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왜 그것을 이어나가지 못했을까? 아쉽다. 부산에서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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