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라나시(Varanasi)

지족재 2010. 6. 12. 23:08

바라나시(Varanasi)

 

바라나시(Varanasi)에 갔었다. 짧은 인도 관광(2004. 2. 17 - 2. 27)의 한 코스로 잡은 곳이다. 인도라고 하면 흔히 바라나시를 떠올리지 않던가? 바라나시는 북인도 여행 단골 코스 중의 하나이다. 힌두교 성지라는 것, 갠지스(Ganges) 강, 가트(Ghat), 화장터가 있다는 것. 색다른 구도(求道)의 모습을 기대했다. 자전거에 두 사람 정도 탈 곳을 만들어 붙인 릭샤(Rickshaw)를 탔다. 릭샤 운전수는 수다스러웠다. 가는 도중에 이곳저곳을 설명한다. 설명하느라 하도 딴 곳을 보면서 정신없이 그리고 요리조리 운전하기에 자칫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힐까 걱정했는데, 용케도 잘 피해 다녔다.

 

릭샤에서 내려 어수선한 시장 통을 걸었다. 사람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소와 개도 다녔다. 뉴델리에서 길거리 소에게 받힌 적이 있어 소에 예민해 졌다.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걸식을 하는 것인지 수행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냥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관광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딪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어린 아이들도 디아를 만들어 팔고 있다. 디아는 촛불 같은 것으로 꽃잎으로 장식해서 기도할 때 강에 띄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시장 통에는 정신을 빼놓을 듯한 소음이 있었다. 사람 소리. 자전거 소리. 그밖에도 알 수 없는 소리가 합쳐져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귓전을 때렸다.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끝도 없이 ‘땡땡땡땡땡’으로 들렸다. 왜 그렇게 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소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살다 보면 그냥 적응하는 것인가?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시장 통을 벗어나서도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가트 풍경

(사진 L.C.S)

  

가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목욕하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빨래하는 사람들. 강물은 너무도 탁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곳서 화장되기를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임박해서 바라나시에 온다고 했다. 인상적이긴 했다. 화장하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람들. 화장터 이곳저곳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개들. 무엇이 안식이고 무엇이 구도인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사는 모습이 신기했다. 저녁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그저 기도가 일상화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트 풍경

(사진 K.Y.K)

 

유명하다는 갠지스 강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을 기다렸다. 호텔 밖을 내다보니 벽에 텐트를 치고 집 삼아 사는 가족이 보였다. 노숙하는 가족도 보였다. 어쩌다가 저리 되었을까. 갠지스 강으로 나와서 보트를 빌려 강을 건넜다. 이른 아침인데도 장사꾼이 붙는다. 물고기 몇 마리를 비닐 봉투에 담아 한국어로 ‘방생, 방생’을 외치며 따라 붙기도 하고, 기념품을 사라고 외치며 따라 붙기도 한다. 새벽부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강을 건너니 넓은 백사장이 있다. 이 백사장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사 중에 항하사(恒河沙)가 있다. 항하사는 10의 52제곱을 말한다. 갠지스 강의 모래만큼이나 많을 정도의 큰 수라는 의미에서 항하사라고 한다. 항하는 갠지스 강이고, 갠지스 강의 모래가 바로 항하사이다. 백사장에서의 일출. 바다에서의 일출. 산에서의 일출은 낯설지 않은데 백사장에서의 일출이라니. 강을 건너오면서 가트를 보니, 다른 듯 같은 하루가 시작하고 있다. (후기 2022년 1월 12일. 그 당시에는 바라나시에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10년쯤 지나고 보니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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