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1): 집안 2
8월 17일. 짐을 모두 챙겨서 6시 50분에 로비로 내려가니, Y가 먼저 와 있었다. Y와 함께 잠시 호텔 옆의 아침 시장을 구경했다. 이런 것을 망외의 소득이라고 하나. 리얼 차이나. 사람 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5일장 풍경과 유사했다.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비롯하여, 리어카 위에 양 고기를 올려놓고 팔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각종 옷가지 등도 팔고 있었다. 아침 식사용으로 여러 가지 음식도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Y가 작은 호떡같이 생긴 빵 10위안어치를 샀다. 1위안에 두 개. 덤으로 하나를 더 주었다. 10여분 정도밖에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다. 시간이 좀 더 있다면 두루두루 구경해 보는 것인데. 호텔 앞에는 긴 석축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것이 국내성의 성벽 일부라고 했다.
호텔 창에서 바라본 집안 시내. 앞에 보이는 석축이 국내성의 성벽 일부라고 한다.
호텔 근처의 아침 시장 풍경
7시 50분에 호텔을 떠나 광개토대왕비를 보러 갔다. 광개토대왕비를 비문에 적혀 있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라는 광개토왕의 시호(諡號)를 줄여서 '호태왕비'라고도 한다. 이 비는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이드는 광개토대왕이 아니라 광개토태왕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비문에 그렇게 적혀 있다며. 8시쯤 광개토대왕비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광개토대왕비까지 차로 10분 정도 걸렸다. 그전에는 동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지만,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에 걸맞게 전각을 세워 잘 보존하고 있었다. 전각의 네 면은 방탄유리라고 한다. CCTV도 보였다. 전각 안에서의 사진촬영은 금하고 있었다. 실제로 본 광개토대왕비에서는 잘 보이는 글자도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광개토대왕비의 140여 글자는 아직도 미해독 상태라고 한다. 광개토대왕비까지 가는 길옆에는 잔디 대신 잡초가 무성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한국어 문구가 보였다. 뱀이라도 나온다는 것인가? 우산나무라는 특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많았다. 우산을 펴서 그대로 세워놓은 모습이다. 광개토대왕 능으로 알려진 곳도 보았다. 널판 두 개만 남아 있을 뿐, 대왕의 능으로 보기에는 다소 초라했다. 한 시간 정도 돌아보았다.
광개토대왕 능
우산나무
9시쯤에 광개토대왕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장수왕 능으로 갔다. 장군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장수왕 능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화강암을 절묘하게 다듬어 피라미드형으로 쌓았다. 밑에 놓이는 돌의 윗면을 깎을 때, 위에 놓이는 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턱을 만들어 놓았다. 10시쯤에는 무덤 석실의 청룡, 주작, 백호, 현무의 사신도로 유명한 오회분오호묘를 둘러보았다. 어느 귀족의 묘로 알려진 이 오호묘의 사신도는 많이 훼손되어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천장 여기저기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좀 더 완벽한 보존이 필요해 보였다. 10시 30분쯤 오호분 근처에서 조선족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옥으로 만든 광개토대왕비 모형을 3만원 주고 하나 샀다. 가이드가 추천하는 곳이라서….
장수왕 능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압록강을 보러 가기로 했다. 10시 35분쯤에 강변에 도착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홍수로 보트를 탈 수 없다고 했는데. 오늘은 물이 빠져 보트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압록강 자체가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압록은 만주어로 ‘변계’ 즉, 국경이라는 의미란다. 하지만 사전(네이버 백과)에 보니, 《신당서(新唐書)》의〈고구려전(高句麗傳)〉에 “물빛이 오리 머리의 색과 같아 압록수라 불린다(色若鴨頭 號鴨淥水).”라고 기록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홍수의 여파가 지나지 않아 아직은 흙탕물이었다. 보트를 타고 북한 쪽으로 가까이 가서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멀리 사람들이 보이기는 했다. 걸어가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연기를 뿜으며 가는 차를 하나 보기는 했지만, 사실상 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중국 쪽에서는 강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강폭은 꽤 넓은 편이었다. 홍수 때문에 물이 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저렇게 가까이 북한이 있다니…. 강 건너 편은 평안북도이다. 북한에서는 자강도라고 부른다.
압록강 표석
집안서 바라본 북한
11시 50분쯤에 환도성터를 보러 갔다. 환도성은 고구려가 국내성으로 천도하면서 국내성에서 가까운 산에 축조한 산성이라고 한다. 처음 이름은 위나암성(尉那巖城)이었다고 한다. 성벽 일부만 남아있었다. ‘황성(荒城)옛터’가 생각났다.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국내성은 평상시에 거주하는 평지성이고, 환도성은 전시에 사용하는 산성이라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집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이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환도성터를 잠시 돌아보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국내성터를 보았다. 집안 시내를 흐르는 강인 통구하(通溝河) 변에 남아 있는 석축이 국내성터라고 한다. 홍콩성 가일 호텔 앞에도 그 비슷한 석축이 있었는데, 그것도 역시 국내성터라고 한다. 주민들이 집을 짓기 위해 가져다 쓴 것이 상당한데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국내성터에서 치(雉)를 볼 수 있었다. 치는 성벽에 기어오르는 적을 쏘기 위하여 성벽 밖으로 군데군데 내밀어 쌓은 돌출부를 말한다.
환도성의 성벽 일부
국내성의 성벽 일부. 성벽 왼쪽을 따라가다 보면 약간 짙은 부분이 나온다. 그것이 치.
12시 15분에 조선족이 운영하는 ‘고향집’이라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식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오후 1시쯤 집안을 출발해서 송강하로 향했다. 1시 35분쯤인가 공안의 검문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체 비자 서류만 조사할 뿐, 버스에 올라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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