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143)
2024년 11월 3일 저녁 8시 45분이 지났다. 오늘도 그럭저럭 하루가 잘 지나가고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하루를 별 탈없이 보낼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TV에서 가끔 보는 '자연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산이나 섬에 사는 것도 아니고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지만, 도시인처럼 바쁘게 살아가지는 않고 있다. 은퇴하기 전까지 꽤나 바쁘게 살아왔다. 은퇴하면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비록 속세를 떠나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구애를 받지 않고 별 다른 속박 없이 살고 있는 편이기는 하다.
읽고 싶은 것 읽을 수 있고 보고 싶은 것 볼 수 있으니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지금의 생활 이상으로 바라는 것은 없다. 다만 죽을 때까지 공무원 연금을 받는데 문제가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공무원 연금 생활자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쩌면 다소 깎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약간 깎이는 정도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어쨌든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부질없는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으니,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오전에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다 읽었다. 다음에 읽을 것도 정했다.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기로 했다. 연금 생활자로 살다 보니 책 사는 것도 부담스러워지기는 했다. 그래도 톨스토이 상을 받았다고 하니 그 소설이 읽고 싶어 져서 주문했다. 저녁에는 35분 정도 산책을 했다. 일요일이라 평일처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평일에는 부딪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대형 음식점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많다. 웨이팅도 있고. 오늘도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 앞에서도 오고 뒤에서도 오고. 자전거가 갑자기 옆으로 지나쳐 가면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어린애들이 이 시간에 대로변의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지 모르겠다.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타면 안 될까? 요즘은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 주지 않나? 개방해 준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산책은 그런대로 잘했다. 그다지 운동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걷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면 좋고 안 되어도 상관은 없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구경을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은행잎이 꽤 떨어졌다. 가을은 가을이다. 하지만 이 가을도 곧 끝나고 역대급 추위가 몰려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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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하다. 과연 미국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될까? 며칠 안 남았다. 트럼프? 해리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상관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계는 아주 큰 상관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뜯어갈지도 모르겠다. 미군 주둔비를 몇 배로 올리자고 할 것 같다. 미국 이민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자나 능력 있는 과학자, 의사 등은 별문제 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골라 받기 위해 보통 사람들의 이민을 막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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