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문학 동네)
내가 가진 책은 2024년 11월 1일로 표시된 1판 31쇄이다. 그날 인쇄했다는 것인지 발행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발행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오늘은 10월 26일이다. 발행일을 적어도 보름이나 늦춰서 적는 것이 출판계의 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이 온다>도 그렇더니.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테니까. 2021년 9월에 1판 1쇄가 발행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3년 만에 31쇄를 찍었으니, 그 3년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소설이 있는 줄도 몰랐다. 소설가 한강이 유명하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제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을 것이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부지런히 읽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서. 또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이라는 의무감도 있어서. 이미 <작별하지 않는다>가 75년 전 제주도에서 있었던 4.3 사건을 다룬 것이라는 기사를 봤기에 그런 정보를 가지고 읽었다. 이 소설에서 4.3과 관련된 이야기는 소설의 4분의 1쯤 지나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4.3이 어떻게 등장하려나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그 앞부분은 약간 불편하게 읽었다. 하필이면 손가락 절단 사고라니.
그런 것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치게 된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조각을 하다가 손바닥을 깊게 베인 기억이 떠올라서. 1970년대에 학교에 다녔는데, 그 시절 국사 시간에 4.3에 대해서 배운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방 후 좌우익으로 나라 전체가 사상 대립으로 혼란했었다는 현대사는 틀림없이 배웠다. 하지만 4.3에 대해 공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아마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4.3에 대해서는 안 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이렇게 저렇게 4.3에 대해서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사건이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에 4.3이라는 엄청난 저런 비극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제주도에 있었던 것만도 아니었다고 한다. 4.3 사건의 기원이 있기는 했지만, 이 소설이 그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4.3 사건이라는 파국에 말려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이 소설도 그런 인물에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 시절에 극도의 고통을 당한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그들 대신 이제 기록과 흔적이 그 비극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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