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소년이 온다

지족재 2024. 10. 24. 14:48

(책) 소년이 온다(한강, 창비)

 

내가 가진 책은 2024년 11월 14일에 발행된 초판 137쇄이다. 아무리 봐도 발행일이 11월 14일로 되어 있다. 오늘이 10월 24일인데. 오식(誤植)으로 보인다.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급하게 새로 인쇄하다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정말 11월 14일에 발행하려고 했던 것일까? 상관은 없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면 2024년 11월 14일에 발행한 것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판이 2014년에 발행되었고 10년 사이에 137번을 다시 인쇄한 것을 보면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읽었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이 소설도 안 읽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전에 우리나라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기에, 일종의 의무감에서 한강의 작품을 읽자고 마음먹었다.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내 취향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이 온다>와 오늘부터 읽으려고 하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쩐지 읽어두어야 할 것만 같았다. <소년이 온다>는 5.18과 관련된 소설이라고 뉴스에서 이미 말하고 있었기에, 그런 줄 미리 알고 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역사를 왜곡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는 특별히 잔인했던 군인들이 나온다. 그런 군인들이 없었다는 것인가? 5.18이 있던 1980년. 나는 서울의 어느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광주 사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려웠다. 당시 뉴스에서 보도된 것 이상을 접할 수도 없었고. 그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들어도 안 들은 척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세월이 좀 지나면서 이런저런 소문들이 전해졌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 소설에도 나오지만 특별히 잔인했던 군인들의 과잉 진압 행각에 대한 소문이 당시에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소문들이 단지 유언비어(流言蜚語)라는 말도 있었지만. 하지만 청년들이 뚜드려 맞고 어디론가 끌려가고 그리고 적지 않은 인원이 죽었다는 것이 소문만은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는 1980년의 5.18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벌써 44년 전의 일이니까. 이 비극적인 이 현대사를 두고 아직도 서로 다른 주장이 있다. 그 격동의 시기에 시민군으로 또 군인으로 활동했던 사람들도 이제 60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살았다면 그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살아서 그 시대를 생생하게 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당시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 중에 양심선언을 한 사람은 없나? 특별히 잔인했던 군인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소설에 보면 폭행과 고문을 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혹독한 고문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럴 수 있었던 세상이었으니까. 그들도 아마 지금은 60대 또는 70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하고도 죄책감 없이 살아왔을까? 아마 그때 광주에 투입되었다는 것도 평생 숨기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저세상으로 가서 지옥에 떨어진다면 그때 뭐라고 변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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