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드디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채식주의자>라는 장편소설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의 세 단편소설로 이루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24년 9월 24일에 발행된 개정판 27쇄이다. 2022년 3월 28일에 개정판 1쇄가 발행되었다고 하니, 한강의 독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10일에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마치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을 알고 미리 책을 산 격이 되었다. 이 책을 산 것은 순전히 한강이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맨부커상은 꽤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소설가 한강도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잘 모른다. 다만 언젠가는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사게 되었을 뿐이다. 맨부커상을 받았다고 하니까 <채식주의자>가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상당히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사기만 했지 읽지는 않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한강이 덜컥 노벨 문학상을 받아 버렸다. 그래서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그 책을 꺼내 읽었다. 그다지 힘들지 않게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글 자체야 어렵지 않게 쓰여 있으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설의 내용이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이런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가 한강이 이 소설을 통해 뭔가 전하려는 바가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그다지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소설 속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나와는 어쩐지 동떨어져도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한강의 책이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독자들은 <채식주의자> 속의 세계에 공감할까? 이 소설을 다 읽었는데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봐야 하나? 그런데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어 볼 마음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세 편의 단편에서 주인공은 영혜라고 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관점에서, '몽고반점'은 형부의 관점에서, 그리고 '나무 불꽃'은 언니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영혜 자신이 하는 말은 많지 않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가 기괴한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거식증(拒食症 )으로 인한 빈사지경(瀕死地境)에 빠져 큰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으로 끝난다. 정신병이 아니라면 영혜의 비이성적이고 기괴한 행동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책 어디에도 그 정신병의 근원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 내가 잘못 보았을 수도 있지만. 그저 '꿈' 이야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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