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지족재 2024. 1. 13. 10:57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칼 세이건 저, 이상헌 역, 김영사)

 

이 번역판은 2001년 7월에 출판되었다. 내가 가진 것은 그때 출판된 1판 1쇄이다. 그즈음에 샀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저는 1996년에 출판되었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에 출판되었다. 거의 3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이 번역판의 부제는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이다. 이 책에서 '악령'은 바로 '사이비 과학'을 말한다. 세상에는 그럴듯하지만 과학이라고 할 수 없는 악령들이 너무도 많고, 세상에는 그런 사이비 과학에 현혹된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과학은 그런 악령들로부터 세상을 지켜야 하는 '작은' 촛불인 셈이다. 과학이 고작 '작은' 촛불이라니. 악령을 물리치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숟가락 구부리기라는 '초능력'을 가진 어떤 사람을 전국적으로 방송했던 기억이 난다. 거의 30년 전에 칼 세이건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고 우려했지만, 그러한 악령은 요즘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이러저러한 것은 칼 세이건이 말하는 바로 그 악령에 해당한다고 용감하게 말하고 싶지만, 고소나 고발을 염려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고소나 고발이 난무하는 사회가 아닌가? 명예훼손으로 아니면 무고로 고소나 고발을  당하면 자칫 인생 막바지에 전과자가 되는 수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소심해서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칼 세이건이 오래 살아서 그런 악령들을 더 잡아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갔다. 골수암이었다고 한다. 고작 62살의 나이로. 칼 세이건은 유명 천문학자로 천문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었다. 그는 이 책에서 악령을 추종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적절한 통계를 인용해서 말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의 피상적인 과학교육과 정부의 비전문적 과학 정책 등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냥 궁금한 것이 있다. 칼 세이건은 무신론자였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 그는 가톨릭 신자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신적(神的)'인 것도 철저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그 신적인 것을 제외하고 악령에 대해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악령 중에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바로 '접신(接神)'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신적인 것을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정면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 비록 불경하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