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만화) 저녁뜸의 거리

지족재 2023. 12. 23. 07:54

(만화) 저녁뜸의 거리(고노 후미요 저, 홍성민 역, 문학세계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2005년 초판 1쇄이다. 아마 그때쯤 이 만화를 산 것 같다. 이 만화를 왜 보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시 '원폭'에 관심이 있어서 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녁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만화에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저녁뜸은 바다와 육지의 기압이 비슷해져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저녁 시간대로 6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를 말한다고 한다. 바닷가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나는 잘 몰랐던 단어이다. '아침뜸'도 있다고 한다. 아침뜸은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를 말한다고 한다. 저녁뜸이든 아침뜸이든 서정적이라는 느낌은 든다. 

 

짤막한 이 만화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945년에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고, 그때 피폭된 한 가정의 3대를 그리고 있다. 1부는 피폭자인 모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1955년을 상정하고 있다. 아버지는 원폭이 떨어졌을 때 사망하고 어머니 히라노 후지미와 딸 히라노 미나미는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미나미의 동생 아사히는 고모집에 양자로 간 터이다. 딸 미나미는 그해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1986년을 상정한 2부에서는 고모집에 양자로 갔던 아사히와 함께 사는 히라노 후지미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그해 사망한다.  

  

2004년을 상정한 3부에서는 아들 아사히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 3부에서 아들 아사히가 피폭자인 교카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든 교카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피폭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 든 아사히가 히로시마의 가족 묘지를 찾는 모습이 나온다. 일본에 원폭이 떨어진 당시의 참상은 <맨발의 겐>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원폭은 아니지만 핵발전소의 폭발 참상은 <체르노빌>에서 보았다. 일본에서도 핵발전소가 폭발했었다. 원폭이든 핵발전소 폭발이든 그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는데. 

 

1945년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 한국인들도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피폭된 채로 살아남은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라며 일본의 피해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에 무고한 민간인이 많이 죽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도 당시 전쟁에서 무고한 시민을 많이 죽이지 않았던가? 일본은 피폭된 일본인들에게만 관심을 가질 뿐,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끌려간 한국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일본의 피폭자만큼의 대우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조선인도 일본 국민이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