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순수와 구원의 대지 시베리아

지족재 2024. 1. 3. 03:35

(책) 순수와 구원의 대지 시베리아(콜린 더브런 저, 황의방 역, 까치)

 

이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어 원제는 단순히 In Siberia라고 되어 있었다. 한글 제목이 주는 느낌과 영어 제목이 주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영어 제목을 보니, In Siberia라는 짧은 표현이 어쩐지 비장(悲壯)하게 보였다. 이 제목에서는 '순수와 구원의 대지'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역자가 그런 한글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으련만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몇 번 더 읽으면 그런 제목을 붙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읽게 될지 모르겠다. 분명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기대한 여행안내 책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것은 2010년에 나온 번역판의 초판 1쇄이다. 원저는 1999년에 출판되었다. 저자인 콜린 더브런이 여행가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우연히 이 책을 골라 잡기까지 그를 전혀 몰랐다. 이 책을 산 이유는 단지 2010년 여름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시베리아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그냥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샀다. 사진도 곁들여진 멋진 여행안내 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진이 단 1장도 없다. 소설도 아니고 이런 책이  있을 수 있다니. 시베리아의 자연, 역사, 문화를 보여주는 몇 장의 사진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은 나의 그런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저자가 갔었던 시베리아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본 사람들의 일상을 충실히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삶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시베리아가 그들을 구원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시베리아의 자연이 순수한 것인가? 이 책에서 더러 자연을 묘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연은 순수하기보다는 망가져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는 해도 시베리아에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다. 2010년의 그 계획은 너무도 아쉽게 그냥 계획으로만 끝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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