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야노마모 - 에덴의 마지막 날들

지족재 2023. 12. 23. 00:46

(책) 야노마모 - 에덴의 마지막 날들 (나폴레옹 샤농 저, 양은주 역, 파스칼북스)

 

내가 가진 책은 2003년에 번역 발행된 초판 1쇄이다. 영어 원저는 1992년에 발행되었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2003년 당시에 순전히 '야노마모'라는 이름의 원시 부족의 수사가 '하나, 둘, 둘 이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그에 관한 내용은 66쪽에 있는 단 세 줄 뿐이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혹시 수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여전히 그런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명과 고립된 채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원시 부족이  문명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비록 수사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에게 수 개념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개씩 있는 손가락과 발가락도 있고, 또 여러 명의 형제, 자매, 친척도 있다. 이것은 모두 기수 개념과 관련이 있다. 또한 나이를 나타내는 말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누가 누구보다 먼저 태어났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이것은 어떻게 보면 서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수학사 책에 보면 수사 없이 일대일 대응을 이용하여 물건이 부족한 것을 알아내는 방법이 나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러한 일대일대응에 대한 내용은 없다. 원시 부족의 말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시 부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문명과 접촉할 수 없는 험준한 오지였기에 그들끼리 전통을 지키며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그런 오지에서 살게 되었을까? 그런 원시 부족들이 문명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00년 전인 것 같다. 그전에는 그들끼리 잘 어울려 살았지만, 모험심 많은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또 열성적인 선교사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문명과 접촉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정글칼, 쇠도끼, 그리고 심지어 총까지 소유하게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보면 오늘날 원시 부족이 처한 상황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그들끼리 잘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원시 부족을 관광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그래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들을 통해 초기 인류의 삶을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원시 부족들은 갑자기 수천 년 또는 수만 년을 뛰어넘는 미래 세계로 타임슬림해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그 원시 부족들이 그런 충격을 견딜지 있을지 모르겠다. 오래전에 본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원시 부족이 잘 보호받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미명 아래 오히려 현대 문명과의 접촉으로 전멸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정글 속에서 그들 만의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문명인들처럼 살기도 어렵고. 전 세계에 원시 부족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발견되지 않은 채 정글 깊숙이 숨어 살고 있는 원시 부족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그들끼리 살도록 내버려 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제인 '에덴의 마지막 날들'이 괜한 말이 아니다. 아무튼 그들에게 낙원은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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