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양과 조선 - 그 이문화 격투의 역사(강재언 저, 이규수 역, 학고재)
이 책을 언제 샀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무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8년에 발행된 초판이다. 그러나 이 책을 그때 산 것은 아니다. "<기하원본>이 언제 조선에 전해졌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던 때이니까 아마도 2000년 이후에 샀던 것 같다. 당시에 한번 읽었고, 그 뒤에 다시 읽을 생각으로 잘 보관해 두었다. 결국 정년 퇴임하고 나서야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런 책을 한두 번 읽는다고 다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중용으로 집필한 것이기는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천주교 및 서양과학의 조선 전래사와 관련된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강재언은 1926년생으로 재일교포이다. 2017년에 사망했다. 재일교포로서 그가 일본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잘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위키피디아 일본판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부인도 학자이고 아들은 현재 와세다 대학 교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 아들의 성이 姜이 아니라 竹中으로 되어 있다. 강재언의 부인의 성이 바로 竹中이다. 강재언 자신은 한국인으로 살았지만, 아들은 일본인으로 살게 한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아무래도 힘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서양수학의 조선 전래사에 관심이 있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지만, 사실 그 답은 찾지 못했다. 조선의 관리 겸 학자들이 중국에 사신으로 왕래하면서 <기하원본>을 조선에 들여온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들여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이 <기하원본>은 유클리드의 <원론>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클라비우스의 <원론> 15권 중 전반부 6권을 번역한 것이다. <천학초함>의 기편에 수록된 형태로 조선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에는 천주교와 함께 서양과학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런 가운데도 <기하원본>이 조선에 반입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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