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을 넘어서≫
김홍섭(1915~1965) 판사의 ≪무상(無常)을 넘어서≫를 읽다. 법관이면서 가톨릭 전교자로 수도자처럼 살다간 그가 남긴 수필, 시 등을 묶은 책이다. 본래는 시집 ≪무명(無明)≫, 수필집 ≪무상(無常)을 넘어서≫, ≪창세기초(創世記抄)≫라는 별권의 책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읽은 것은 그 셋을 함께 묶은, 그리고 그가 남긴 메모초(抄)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부고 등도 모두 포함한 ≪무상(無常)을 넘어서≫이다. 그는 왜 ‘무상(無常)을 넘어서’라고 했을까? 그는 개신교, 불교를 거쳐 가톨릭에 귀의했다. ‘무상(無常)’이란 불교에서 ‘상주(常住)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나고 죽고 흥하고 망하는 것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넘었다는 것은? 아마도 그가 가톨릭에서 그 덧없음을 떨치고 진정으로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았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처조모께서 생전에 본인이 읽던 책을 내게 주셨다. 1977년판인 그 책은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 내가 읽기엔 꽤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하고,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이곳저곳 골라 읽었다. 처조모께서 선종하신 후 이따금씩 그 책을 보다가 마음이 동하여, 가로쓰기로 고친 2011년 판을 구입하여 다시 읽었다. 나이 50에 선종한 김 판사보다 이제 내가 더 오래 산 셈이다. 나이 들어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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