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의 화초
연구실의 화초 연구실의 화초가 고생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실에 들어와 제 명대로 살다간 화초가 별로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지금도 연구실에 할리퀸, 마리안느, 테이블 야자라는 이름의 초본 식물이 있다. 이따금씩 말라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 안쓰럽게 생각하면 뭐하나? 해 주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데. 이름도 생소한 서양 초본을 심은 화분이 한 두 개씩 연구실에 들어오게 된 것은 내 뜻이 아니다. 주로 학생들이 가져다주는 것을 고맙게 받았다.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면 잘 살려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연구실은 남향이다. 화초가 못살만한 환경은 아니다. 내 연구실의 화초는 박복하다. 다른 연구실에서는 아주 잘 살던 데, 하필이면 나를 만나서. 젊은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