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158)
2024년 11월 18일 저녁 7시 35분이 다 되었다. 아침 7시에 병원에 가기 위해 당산동 집을 나섰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만추(晩秋)를 느껴볼 겨늘도 없이 겨울로 가는 것인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만추'라고 하면 어쩐지 감상적(感傷的)이 되고 마는 것 같다. 감상에 젖어 나잇값도 못하게 되지 않도록 만추 없이 겨울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잇값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걸어서 정류장으로 갔다. 간밤에 낙엽이 많이 쌓였다. 아침 7시에도 차가 많다. 마을버스를 탔는데 손님이 나 혼자뿐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몇 분만에 환승하기 위해 내렸다. 환승 버스도 곧 왔다. 요즘은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전광판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할지 나와 있다. 옛날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버스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빈 좌석이 있어서 앉아서 갈 수 있었다. 7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서 키오스크에 환자 번호를 눌렀는데 창구에서 접수하라고 한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창구에서 카드로 계산했는데 금액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취소하고, 정정된 금액으로 다시 계산했다. 채혈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창구 직원이 왔다.
처음 금액이 맞으니 채혈 후에 다시 들러달라고 한다. 채혈 대기하는 중에 남자 간호사가 채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남자의 핏줄을 못 찾아서 손등을 찔렀다가 다시 팔을 찔렀다. 그러고도 실패해서 결국 옆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채혈했다. 저 남자 간호사에게 가지 않아야 하는데. 다행히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자 간호사가 배당되었고, 채혈도 무사히 끝났다. 작년에 입원했을 때 왼팔과 오른팔에서 번갈아 채혈했던 기억이 났다. 채혈을 마치고 수납 창구로 가서 다시 계산했다. 그 직원이 뭔가 착오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해는 하지 못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X-레이를 찍으러 갔다. 접수하는 사람이 X-레이 대기자가 많으니 CT부터 찍고 오라고 한다. 8시도 안 되었는데 X-레이 검사 대기자가 꽤 많았다. 혈액 검사와 X-레이 검사를 해야 진료가 가능하니까 아침부터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선량 CT라 복잡할 것이 없다. 그냥 1~2분 정도 누웠다가 일어나면 된다. CT 촬영을 마치고 다시 X-레이를 찍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세 가지 검사를 마치고 혈압약을 먹었다. 아침에 먹었어야 했는데 검사 때문에 미루었다.
검사를 다 마치기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린 것 같았다. 수납 창구에 보니 1시간 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병원에 오면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귀가하기 위해 마을버스를 탔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고 빈 좌석도 생겼다. 당산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다시 마을버스를 기다렸는데 이 버스에도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빈 좌석이 있어서 앉을 수는 있었다. 내가 내리는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평상시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사람들을 보니 근처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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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을버스를 탔었는데, 서울시의 마을버스 기사가 부족해서 업체에서 외국인 기사 채용을 건의했다고 한다. 마을버스 기사의 연령대도 높은데 그 사람들이 나가도 젊은 기사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 노조에서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처우 개선을 하면 젊은 기사들이 올 것이니 처우 개선부터 하라고. 마을버스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사 월급을 올려줄 만큼 마을버스 승객이 많으면 되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손님이 많다면 기사 급여도 올려줄 수 있겠지만, 지금 정도의 손님 수로는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 마을버스 기사들도 파업한다고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지하철 노조는 파업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지하철 업체는 적자라고 하는 것 같다. 손님이 타든 안타든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 돈을 메꿀 만큼의 손님이 타지 않으면 적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금을 올려야 하지만 저항이 심하고. 그런데도 지하철 노조에서는 급여를 올리라고 하고. 그런데 무슨 돈으로? 노인들이 돈 내고 타면 적자를 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혜택을 없애면 노인들이 들고일어날지도 모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수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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