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일본산고(빅경리, 마로니에 북스)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에 갔다가 사게 된 책이다. 초판 1쇄는 2013년 발행되었다. 내가 산 것은 2019년에 발행된 초판 3쇄이다.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전시관에서 보자마자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살이 될 때까지 일제강점기를 몸소 겪었던 작가 아닌가? 일본을 보는 작가의 관점은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 스스로 '반일(反日) 작가'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오늘날 일제강점기를 내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어설픈 통계 자료와 일본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교묘한 논리에 현혹된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신뢰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일본산고>에 다나카 아키라(田中明)의 글이 있고, 그것을 반박하는 박경리의 글이 있다. 다나카 아키라는 근래의 한국인을 두고 <통속 민족주의>라는 말을 만들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박경리가 말하듯이 겉으로는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면서. 하지만 속으로는 한국인을 멸시 천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일본의 정치가들도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한국을 멸시 천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 한국이 좀 잘 살게 되자, 전부 '일본 덕'이라고 하고 있고. 하기야 그렇다고 맞장구치는 한국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통계를 보고 그런 말을 하기도 하고. 그 당시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본인들이 남긴 기록은 어찌 그리 잘 믿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불리하면 일단 부정한다. 남경 학살도 축소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우키시마호 기록은 없다고 하더니 최근에 존재하는 것이 드러났고. 관동 대지진 때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만 최대한 축소하고. 강제 징용이 있었음에도 모른 척하고.
천황이 전범이라고 하면 펄쩍 뛰고. 천황이 내린다는 술 한잔 마시고 자살 공격을 감행한 사람들도 많고 옥쇄를 한 사람도 많다. 그렇게 '천황 만세'를 부르짖으며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쟁과 무관하다면 왜 항복 발표를 천황이 했을까? 만세 일계라고 떠들지 않나? 내가 죽을지언정 천황만은 안 된다고. 대단한 충성심이다. 우리는 일본을 아직도 잘 모른다. 박경리 같은 분이 더 오래 살아서 일본의 실상을 후손들에게 자세히 알려 주어야 하는데. 이제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은 전부 사라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통계로만 접하는 사람들은 그 통계 이면의 한국인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 감정적 반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일제 강점기는 지나갔다. 하지만 일본이 남겨 놓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는 아직도 우리나라 도처에 남아 있다. 35년간의 지배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그 시절 사용했던 일본어 용어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그런 잔재를 남긴 것을 자랑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대가로 준 돈으로 한국이 발전했다는 말을 하는 작자들도 있다. 당연히 주어야 할 돈을 주어 놓고도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말한다. 일본은 경계의 대상이다. 그들은 한국이 잘 사는 것을 배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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