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아돌프에게 고한다 1~5 (데즈카 오사무, 세미콜론)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이다. 고인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내 나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만화 '아톰'을 그린 사람이다. 의사가 원래의 직업이다. 부업으로 만화를 그렸고. 그러다가 만화가가 본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만화를 그리는 능력이 천부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 아닐까? 만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개 유명 만화가 밑에서 일정 기간 동안 수련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경 그림 등을 그려 가면서 실력을 길러 만화가로 독립하는 것이다. 데즈카 오사무는 만화 실력을 타고난 사람이라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장편 만화이다. 내가 가진 것은 단행본으로 묶인 5권으로 2010년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 초판 3쇄이다. 원래의 만화는 1983년~1985년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40년 전의 작품이다. 이 만화에는 아돌프 히틀러, 아돌프 카우프만, 아돌프 카밀의 3명의 아돌프가 등장한다. 히틀러는 바로 그 유명한 히틀러이고, 카우프만과 카밀은 일본에 사는 독일인으로 서로 친구이다. 카밀은 유대인이고 카우프만은 어머니가 일본 사람인 혼혈이다. 히틀러가 유대인(의 핏줄)이라는 비밀을 둘러싸고 카밀과 카우프만 사이의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히틀러가 유대인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저자는 그런 소문을 중심으로 픽션을 만들었다. 이 만화에 히틀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은 카우프만과 카밀, 그리고 제3자라고 할 수도 없으면서 제3자처럼 설정된 기자 도게 소헤이가 주인공이다. 히틀러가 유대인 후손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출생증명서가 도게 소헤이의 손에 전해지면서 도게도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독일의 나치 학교에 입학한 카우프만은 연정을 품었던 유대인 소녀를 일본으로 망명시켜 친구 카밀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그 소녀와 카밀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고.
카우프만은 히틀러의 출생증명서를 찾아내어 파기하는 임무를 받고 일본에 파견된다. 도게 소헤이는 그가 없애야 할 사람이지만, 그는 미망인이었던 어머니와 재혼한 사이. 게다가 유대인 소녀는 카밀을 좋아하고. 이런저런 사건이 얽히면서 카우프만은 그 증명서를 손에 넣지만, 그때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게 된다. 히틀러가 물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토록 찾았던 증명서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리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카밀은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군인이 되고 카우프만은 팔레스타인 해방 전사가 되어 카밀과 싸우다가 죽고 만다.
일본 장편 만화에서 급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때가 있다. 이 만화에서도 그런 것을 볼 수 있다. 한정된 연재 기간과 지면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이 만화를 구성할 때 처음부터 아돌프 카밀과 아돌프 카우프만의 싸움으로 결말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히틀러의 자살부터 카우프만의 죽음과 카밀의 죽음까지 너무 간략하게 처리되어 있다. 카밀의 이스라엘 이주 및 팔레스타인 소탕군이 된 과정, 카우프만이 나치 사냥을 피해 일본을 떠나 팔레스타인에 정착한 과정 등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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