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 지성사)
기형도라는 요절한 시인이 있다. 나무위키에 보니 만 28살에 저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1989년 3월의 어느 날 새벽 4시에 종로의 파고다 극장에서 소주 한 병을 든 채로 뇌졸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입 속의 검은 잎>은 유고작으로 그가 사망하고 2개월 후인 1989년 5월에 발행되었다. 내가 가진 책은 2009년에 발행된 재판 43쇄이다. 1993년 12월에 이미 초판 24쇄가 발행되었다. 유명 시인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많이 팔리다니. 아무래도 그의 범상치 않았던 죽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그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이 시집을 샀던 것 같다.
딱히 기형도의 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시집 뒤의 붙은 평론가 김현의 해설을 몇 번 읽고 나니 그가 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기형도가 그런 마음으로 시를 썼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가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평론가 김현이 해설에서 "좋은 시인은 그의 개인적·내적 상처를 반성·분석하여, 그것에 보편적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기형도는 좋은 시인이라는 것인가? 평론가가 아니다 보니 이해하기 어렵다. 시인에 좋은 시인과 나쁜 시인이 있다니.
아무튼 기형도의 시는 읽기가 편하지 않다. 기형도의 개인사가 평탄치 않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그것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그가 요절한 것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해설에서 김현이 기형도의 어린 시절의 가난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에서 그런 것을 읽어내는 것이 평론가의 역할인가? 잘 모르겠다. 그 평론가는 기형도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뭔가를 가난과 이별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기형도가 시에서 자신의 개인적·내적 상처에 보편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개인적이고 내적인 상처들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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