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이 가서)
이 매혹적인 제목의 시집은 안도현 시인이 노트에 베끼고 싶은, 본인이 아닌 다른 시인의 시를 묶은 것이다. 사진가 김기찬의 골목길 인물 사진이 다수 같이 실려 있다. 이 사진은 누가 선정했을까? 안도현 시인이? 아니면 출판사에서 시에 맞추어?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다만 시인이 그 일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 선집이 꽤나 잘 팔린 것 같다. 내가 가진 시집은 2011년에 발행된 초판 21쇄이다. 2006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는데 5년 만에 21쇄라니. 족히 2만 부는 팔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이 시집을 왜 샀을까?
나는 그냥 안도현이라는 이름과 시집의 제목에 혹해서 샀다. 안도현 시인이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이니 꽤나 서정적인 시들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내가 서정시라는 말을 잘못 알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현 시인이 이런 시들을 골랐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에 베끼고 싶을 만큼 내게는 다가오지 않은 시가 대부분이다. 그 시들이 서정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취향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안도현 시인이 시마다 촌평을 붙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런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다. 내가 시인이 아니다 보니.
가끔은 시를 읽어 본다. 젊은 시절에는 꽤 많이 읽었지만 나이 들어서는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은퇴하고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 보고 있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만 분명해졌다. 다 잘 쓴 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이 선정한 시가 아닌가? 그냥 내가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그래도 다 읽기는 했다. 같이 실린 김기찬의 사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래도 전해지는 뭔가가 있다. 그것에 감정이 쏠려서 괜찮은 시들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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