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90)

지족재 2024. 2. 11. 21:04

늙어 가다 (890)

 

2024년 2월 11일 저녁 8시 20분이 지났다. 설 연휴 3일째이다. 춥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열심히 봄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에 개나리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을 것 같다. 아니다. 매화 소식이 먼저 올 것이다. 오늘은 종일 소설을 읽고 있다. 몇 년 전에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이다. 그 당시 '노벨상 수상'이라는 광고에 현혹되어 산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노벨상 수상 작가의 소설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도 그런 생각으로 그 소설을 읽었다. 한번 읽고 지금까지 잘 보관해 두었었다. 그때도 내 취향의 소설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내 취향의 소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개선문>과 같은 소설이다. 오늘 다시 읽은 소설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읽히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에 다 읽지도 못하고 며칠 걸려 천천히 읽기 때문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특별히 복잡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잘 잊는다. 노화로 기억력이 나빠진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도 인지 장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소설 속의 그 관계를 잊지 않기 위해 연필로 주인공 이름과 그 주변 인물의 이름을 책 여백에 적어두고 다시 볼 때마다 그 관계를 상기하고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중간에 다른 책을 보다가 다시 돌아가서 그 소설을 읽는다. 그러기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 사실 소설만이 아니라 다른 책도 한 번에 다 읽지 못하고 있다. 읽다가 그만두고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돌아와서 읽고. 몇 권의 책을 그렇게 돌려가기를 하면서 읽고 있다. 책 내용이 생소한 분야를 취급하는 준 전문서인 경우에 특히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몇 쪽 읽지도 못하고 팽개치게 된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한 번은 읽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다시 달려들어 읽는다.

 

그런 마음으로 읽을 때는 몇 쪽보다는 더 읽지만 역시 15쪽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다음에"하고는 물러서게 된다. 온갖 핑곗거리를 찾으면서. "이거 안 본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라든가 "읽기 싫으면 안 읽을 수도 있지. 이 나이에."라든가 "오늘은 이만 하면 됐어, 내일 계속 보면 돼."라든가. 그러고 며칠 후에 또 읽다가 중단하고. 그래도 상관은 없다. 몇 날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결국에는 다 읽게 된다. 별 다른 감흥은 없고 그저 힘들었다는 인상만 남는다. "나하고는 안 맞아."라고 하거나 아니면 "무슨 책을 이렇게 쓴 거야."라고 하거나 아니면 "결국 다 읽긴 읽었네"라고 하거나. 

 

+++

 

네덜란드의 전 총리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전 총리인 남편과 부인 모두 중병에 시달린 모양이다. 나을 가능성이 없는.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안락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비록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고 하지만, 안락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꽤 까다롭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안락사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을 희망이 없는 불치병으로 죽기까지 고통을 감수하면서 억지로 살아가기보다는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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