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89)
2024년 2월 10일 저녁 8시 5분이 지났다. 오늘은 설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설이라고 해서 별 다른 감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1월 1일로 새해가 시작되었기에 오늘 굳이 "새해가 왔다."라고 말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정부에서 신정 휴가로 3일을 준 적이 있었지만, 신정이 '설'로 정착하지는 못했었다. 그때도 사람들이 여전히 '구정'을 진짜 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결국 그 신정을 포기하고 '구정'을 진짜 설로 대우하기로 했던 것이다. 신정에 3일 쉬든 아니면 구정에 3일 쉬든 내게는 별 차이가 없다.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신정 3일 휴가를 택하고 싶다.
1월 1일이면 공식적으로 해가 바뀌지 않는가? 구정이라고 해서 '새해'가 오는 것이 아니고. '음력 새해'가 온다고? 그야 그렇지만 음력 새해라는 것이 실용적인지 잘 모르겠다. '음력'이 소용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공식적으로는 다 양력을 사용하지 않는가? 구정을 진짜 설로 대접한다고 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아무튼 2월에 구정이 있어 며칠 잘 쉴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백수인 나야 매일이 휴일이니 구정 연휴가 며칠이 되든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은퇴하고 나서 은퇴 전에 못 읽은 책들을 쌓아두고 읽는 중이다. 오늘도 그러고 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것인데도 그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 중에는 그 내용이 기억나는 것이 제법 있는데 나이 들어 읽은 것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도 아주 오래전에 본 것의 내용은 많이 기억난다. 하지만 최근에 본 것일수록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읽거나 다시 봐도 완전히 새로울 때가 있다. 이런 일이 자연스러운 노화가 보여주는 현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무쪼록 자연스러운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서 혹시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잘 안 된다.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을 너무 오래 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옛날부터 뭔가 하고 싶은 것 또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밤을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마무리를 지어야 마음이 편했다. 마무리 짓지 않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였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며칠 밤을 지내서라고 마무리 지어야 했다. 지금은 그렇게 안 살아도 되는데 옛 버릇이 관성처럼 나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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