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73)
2024년 1월 25일 오후 4시 10분이 지났다. 날이 좀 풀렸다. 대기가 차갑기는 하지만 칼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양 사장 말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살고 있다. 김 원장이 김포 하류 숭어집에 있다고 사진을 올렸다. 오늘은 학원 일정이 없어서 여유가 있다고 한다. 김 원장에게는 보헤미만 기질이 있다. 부럽게도. 김 원장은 김포 하류 어딘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그냥 집에서 맛없는 차를 마시고 있다. 차 이름은 '시나몬 애플'이다. 괜찮은 이름 아닌가?
시나몬과 애플이 합쳐진 맛이겠지만 내가 기대한 맛은 전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시나몬'과 '애플'이라는 것에 현혹되어 두 통이나 샀었다. 그런데 몇 번을 마셔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원래 이런 맛인가? <태고의 시간들>에서 미시아가 고혈압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부분을 읽고, 커피 대신 고른 차가 이 '시나몬 애플'이었다. 커피가 고혈압에 나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거의 매일 커피 잘 마시고 있다가 오늘 갑자기 그 구절에 영향을 받아서 시나몬 애플차를 마셨다.
하지만 이 차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는 시나몬의 향을 상당히 좋아한다. 오리건의 레이크오스위고에 잠시 살았을 때 근처 쇼핑몰에 유명한 시나몬롤 집이 있었다. 그래서 자주 먹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나몬롤을 파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나몬롤을 먹어본 적이 없다. 어디선가 팔기는 팔 것이다. 미국에서 여행 다닐 때 맥도널드에도 자주 갔었다. 주로 피시필렛, 오리엔탈샐러드, 그리고 애플파이를 주문했었다. 요새는 오리엔탈 샐러드는 없고 그 비슷한 것이 다른 이름으로 팔린다고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시나몬롤'과 '애플파이'를 떠올리면서 뭔가 그럴듯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남은 티백이 아직 많다. 어느 세월에 다 마셔 없앨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식구들 중에 나만 그 차를 마시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시나몬 애플 차를 주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실패했었던 같은데 그만 세월이 지나 그때 그 실패의 감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감정을 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잘 잊는 것을 보면 늙기는 늙는 것 같다. 기분상으로는 그냥 나이 좀 든 아저씨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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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뭔가 자꾸 잊는다. 뭔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67세가 되어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그 나이로 노인 행세를 하면 안 된다. 요즘 기준으로는 절대로 노인이 아니다. 70대와 80대가 되어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괜히 이 어정쩡한 나이로 노인 행세를 하다가는 욕만 먹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노인 행세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인처럼 보여서 가끔 노인 대우를 하면 굳이 노인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노인네 취급을 받게 되면 "그냥 머리카락이 좀 하얗게 보여서 그렇지,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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