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71)

지족재 2024. 1. 23. 21:34

늙어 가다 (871)

 

2024년 1월 23일 밤 8시 50분이 다 되었다. 오늘 기온은 꽤 낮았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다 보니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날은 외출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는가? 집안에 들어앉아 따뜻한 커피나 마시면서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창밖의 풍경은 제법 겨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창 빈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가 느껴진다. 가끔씩 바람소리도 들려온다. 삭풍(朔風)이라고 하는 것인가? 뉴스에서는 '북극한파'라고 하는 것 같다. 몹시 춥다고 그런 표현을 만들어 냈나?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주 내내 춥다고 한다. 

 

오늘 프린터가 말썽을 부려 힘들었다. 지금껏 아무 문제도 없이 잘 사용했는데 갑자기 먹통이 되어 버렸다. 드라이버 문제인가 싶어 드라이버도 다시 깔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용지가 붙어 있어서 그런가 싶어, 용지를 한 장씩 떼어 인쇄를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인터넷 정보를 찾아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가 없다. 프린터를 보니 2009년에 생산된 것이다. 햇수로 벌써 15년이 되었다는 것인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신품인데. 믿어지지 않는다. 단종되어 팔지도 않는 것 같다. 

 

은퇴하기 전에는 집에서 프린터를 쓸 일이 거의 없기는 했다. 오래전에 사두고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니 신품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은퇴하고 나서 비로소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결코 많이 사용한 적은 없다. 오늘 오전에 10장쯤 인쇄를 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2시쯤 1장을 인쇄하려는데 갑자기 멈춰 버렸다. A/S 센터에 문의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했지만, 이렇게 오래된 프린터를 고쳐달라고 묻는 것이 좀 민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만 원정도면 요즘 나온 신제품을 살 수 있는데 굳이 고물 프린터를 고쳐달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cover open'이라는 사인이 떠서 커버를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그 사인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냥 프린터가 오래되어 완전히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아쉽지만 내다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신제품을 사려고 인터넷 마켓을 둘러보았다. 지금의 내 형편에 맞는 것을 찾아보았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내다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래도 안되면 정말 내다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프린터가 내 마음을 알았나?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인쇄가 되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고생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지? 

 

은퇴 전에 연구실에 있을 때도 프린터나 컴퓨터가 가끔 속을 썩이곤 했다. 그러면 전산실에 전화하면 되었다. 담당자가 와서 바로 해결해 주었다.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혼자서 몇 시간씩 허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이제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비스 센터에 들고 가든지 아니면 혼자 고치든지 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 같고 그때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거나 서비스센터로 가야 할 판이다. 문제를 해결하면 어떻게 해결된 것인지 기억해야 하는데, 얼마 못 가서 다 잊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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