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696)
2023년 4월 14일 오후 9시 15분이 다 되었다.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보냈다.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고 나면 이런저런 사건 사고도 많은 세상 아닌가? 나에게는 각종 사건 사고가 안 일어난다고 보장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별별 보이스 피싱도 많다.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지만, 언젠가는 나도 속을지 모르겠다. 지난달부터 계속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으면서도 길 선생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약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길 선생의 회복이 더디다. 양 사장도 김 원장도 늘 같은 일정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이야 아직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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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서 사무 부총장을 했던 사람의 녹음 파일이 흘러나왔다. 당대표 선거 때 돈 봉투를 뿌린 모양이다.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야당 탄압에다가 정국을 전환하기 위한 검찰의 조작 및 기획 수사라고 한다.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틀림없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거론된 야당 의원은 녹음 파일이 짜깁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설마? 그냥 그렇게 둘러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요즘 같은 세상에 짜깁기한 녹음 파일을 공개할 수 있겠는가? 믿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야당 의원도 그런 일이 절대로 없다고 한다. 그도 그냥 전가의 보도처럼 야당 탄압을 외치고 있다.
정말 야당 탄압일까? 정말 검찰이 조작 및 기획 수사를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증거가 너무 명확해 보인다.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 돈을 준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두 야당 위원은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는 반면에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그 당시 당대표의 말은 좀 다르다. 사무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막지 못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한다. 아주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돈 봉투가 전달된 것은 부인하지 않지만, 본인은 모르는 일이고 사무 부총장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는 것 아닌가?
압색을 당한 두 야당 의원은 극렬히 부정하고 있는데, 전 당 대표는 부정하는 것 같지 않다. 두 야당 의원은 일단 녹음 파일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해서 이 국면을 검찰을 동원한 정부의 야당 탄압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게다가 민주당에서 공동으로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전 당대표는 돈 봉투가 전달된 것은 부정하지 않고, 사무 부총장의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면서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너무 확실한 증거라서 차마 돈 봉투 전달을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프랑스에 있다 보니 두 의원과 말을 맞추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흥미진진하다. 이 일이 어떻게 커져갈지. 그냥 그대로 묻히지는 않을 것 같다. 사무 부총장은 1심에서 구형보다 많은 4년 6개월이 떨어졌다. 법원에서도 죄질이 나쁘다고 보았기 때문에 구형보다 더 많은 형량을 내린 것 아니겠는가? 대개는 구형보다 낮은 형을 받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검찰에서 3년을 구형한 것을 두고는 플리바게닝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에 협조를 잘했기 때문에 검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구형을 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런데 1심에서 4년 6개월이 떨어졌으니 2심에서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그 사무 부총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3년 구형을 받았기에 법원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아서 풀려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르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사라졌으니 2심에 가서는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까? 변호사를 갈아치울지도 모르겠다. 1심 변호사가 재판을 망쳐 놓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변호사와 함께 2심에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변호사를 해임하고 대단한 로펌의 전관 변호사를 사서 더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럴 만한 돈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돈 가져다주는 사람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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