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590)

지족재 2022. 12. 13. 04:24

늙어 가다 (590)

 

2022년 12월 13일 새벽 3시 50분이 다 되었다. 오늘 눈이 온다고 했다. 밖을 내다보니 아직은 오지 않는다. 요즘은 눈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출퇴근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출퇴근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눈 내리는 것을 감성적으로 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감성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살다 보니 감성이고 감정이고 모두 메말라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장 외출할 일이 있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오늘 오전에 외출했다가 밤 시간에 돌아와야 하는데 차를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차를 안 가져가자니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다. 버스를 타자니 사실 버스 타는 곳도 잘 모른다. 열심히 찾아야 한다. 전철이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지도를 찾아보니 내 차로 30분이면 갈 곳을 1시간 이상 가야 한다. 버스가 제시간에 안 오면 1시간 반 이상이나 걸린다. 게다가 15분 이상 걸어야 한다. 그렇게 가야 하나? 차를 가져가자니 눈길이 무섭다. 눈길에 미끄러져 본 경험이 있다. 눈 오는 날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눈이 올 줄 모르고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눈이 펑펑 내리는 바람에 고생한 적이 있다.    

 

일기 예보를 좀 기다려 봐야겠다. 눈이 많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니 눈 오는 것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없지는 않았다. 몇 년 전에 식구가 모두 미국에 있을 때는 눈이 많이 와도 걱정하지 않고 눈 내리는 것을 감상하기도 했었다. 그 동네는 원래 눈이 잘 오는 지역이 아니다. 겨울에는 눈 내신에 비가 왔었다. 그러다가 눈이 오면 온 동네가 다 마비된다. 학교도 문을 닫는다. 온 식구 모두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으면 된다. 날이 풀려서 눈이 좀 녹을 때까지 며칠 동안 기다리면 된다. 사실 그 동네는 언덕 길도 많아 눈 오는 날에 차를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다.  

 

고작 3 cm 정도만 와도 학교뿐만 아니라 관공서까지도 문을 닫는다. 동네에 제설차 따위는 없다. 큰 도시인 포틀랜드에도 제설차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눈이 정말 많이 오면 워싱턴 주에서 제설차를 빌려와야 한다고 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동네에서는 제설차를 본 적이 없다. 대형 마트의 주차장에서는 중장비로 눈을 밀어 한쪽에 쌓아둔다. 그리고는 눈이 녹을 때까지 그대로 둔다. 다행히 내가 살던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마트가 있다. 대형 마트가 아니라서 좀 비싸기는 하다. 하지만 눈 오는 날에 차 타고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다.      

 

사진을 보니 2017년 1월 11일에 촬영한 것이다. 그 동네로서는 굉장히 많은 눈이 내렸던 날이다. 그야말로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적어도 10 cm는 내렸다. 세 식구가 실던 방 하나 짜리 아파트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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